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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91186430644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8-01-3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4
1부
하나의 이름 그리고 가명과 별명들의 카니발 11
시선, 주체 그리고 심연의 현상학 -김명인론 32
감각과 기억 -정지용의 「時計를 죽임」과 김종길의 「성탄제」 읽기 49
2부
서정의 온도와 ‘온溫순順한’ 시 75
흔적과 성찰, 노래와 놀이 89
‘손’의 현상학 107
‘새로움’에 반하는 새로움의 세 방식 125
‘그늘’이 현상하는 세 가지 풍경 135
감각의 순례자들과 서정의 나침반 144
서정적 해후와 균열의 징후 153
감각의 언어와 난세의 서정 162
서정의 균열과 심연으로의 도약 170
미량의 슬픔을 현상하는 방식 177
홀로, 멀리 그리고 오래 가는 詩 188
3부
슬픔의 응결과 허정의 시세계 197
절망과 허무, 폐허의 시의식 209
관조와 성찰의 글쓰기 220
해방기 시의 정치학과 내면 풍경 226
저자소개
책속에서
황병승의 시에서 존재를 정의하는 방식은 ‘나는 ~이다’가 아니라 ‘내 이름은 ~이다’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때의 이름은 존재를 대신하는 기호이며 구별과 지칭의 표지가 된다. 그런데 그의 시에서 이름들은 가명이거나 별명에 가깝다. 황병승은 기존의 규칙에 따른 명명을 거부한다. 관습적인 질서와 체제가 부여한 이름은 회의되고 그것의 발화는 거부된다. 황병승의 시에서 이름은 ‘고유명사’가 아니며 더 이상 특화된 기호가 아니다. 「판타스틱 로맨틱 구름」에서 이름은 “시시한” 것일 뿐이다.
뜨겁거나 차가운 시를 읽을 때 얻게 되는 독특한 즐거움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따뜻한 시가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봄 햇볕만큼만, 언 손 녹이는 입김만큼만, 한 숟가락의 밥만큼만, 오래도록 곁에 있어 준 사람의 체온만큼만,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따뜻한 시. 누구 누구의 시적 경향이라 할 것도 없이 그냥 평범하고 온순한 시. 이영광의 「휴식」은 봄 햇살만큼 따사로운 전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영광은 안에 있는 대상이 밖으로 나올 때를 주목한다. 무덤을 뚫고 ‘새싹’의 형식으로 나오는 ‘죽음’(「나의 살던 고향」), 관을 열자 ‘한아름의 빛’으로 쏟아져 나오는 ‘뼈’(「뼈2」), 혹은 직선의 터널 끝에서 만나는 ‘눈부신 사막’(「굴」)에서처럼, 안에 있던 사물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시인의 직관은 그 사물을 전혀 새로운 것으로 변용시킨다. 이는 시적 상상력이라기보다는 감각에 충실한 것일 수도 있는데, 시인은 동일한 사물도 맥락과 지평이 바뀔 때 그 의미는 물론 모습까지 변화할 수 있음을 포착한다. 특히, 안에서 밖으로 나올 때 일어나는 햇빛과의 화학반응은 그 사물을 전혀 새롭게 변화시킨다.
첫 시집 이후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2007)를 거쳐 이번 시집에 이르기까지 송종찬 시의 풍경은 꾸준히 바뀌었지만, 홀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 시적 자아의 쓸쓸한 모습만큼은 변함이 없다.
송종찬의 세 번째 시집 『첫눈은 혁명처럼』은 남도의 끝자락에서 만주, 러시아를 거쳐 대륙의 서쪽 끝 ‘호카 곶’으로 이어지는 역려의 흔적을 담고 있다. 1부는 러시아 체류 경험을, 2부는 한반도의 북방과 유렵 등지를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시인 자신이 ‘대륙의 밀실’에 갇혀 서너 해를 보냈다고 말하듯이, 1부의 시편들은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과 백야, 끝없는 평원과 혁명의 흔적들을 배경으로 내밀한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