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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언어학/언어사
· ISBN : 9791186499184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5-08-25
책 소개
목차
책 앞에
1 언어와 세계 / 언어는 생각의 감옥인가?
언어란 무엇인가 l 소쉬르, 언어를 정식화하다 l 연속적인 세계와 불연속적인 언어 l 언어가 먼저일까, 세계가 먼저일까 l 언어는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l 언어는 세계의 그림이다 l 언어는 놀이다 l 언어는 실체가 아니라 형식이다 l 촘스키의 변형생성문법 l 역설은 왜 생기는 것일까
2 섞임과 스밈 / 우리 안의 그들, 그들 속의 우리
유럽의 기자들 l 언어 배경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 l 다언어 사회의 언어 위계 l 코드스위칭의 여러 예들 l 한 언어의 여러 변종들 l 서로 다른 언어의 접촉과 간섭의 역사 l 근대 일본의 서구어 번역
3 언어와 역사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방언의 기준선 l 언어의 역사적 변화 l 언어 변화의 연속성 l 한국문학과 한국어문학을 구분하는 이유 l 역사비교언어학의 언어 분류 l 한국어는 고아언어 l 계통수설에 대한 반론들 l 쌍형어의 예들
4 번역이라는 모험 / 부정한 미녀들의 반역
자연언어의 문자언어화 과정 l 원본과 번역본 l 번역이란 무엇인가 l 번역된 텍스트의 저자는 번역자다 l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번 l 이산과 노마드 l 우리는 모두 감염된 존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불연속적인 언어로 연속적인 세계를 재현할 수 있을까요? 재현. 영어로 represent라고 하죠? 언어로 세계를 재현할 수 있을까요? 재현의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고스란히 재현할 수는 없어요. 그렇죠? 왜냐하면 언어는 불연속적이고, 세계는 연속적이기 때문에 언어가 세계를 재현한다고 해도 비슷하게 흉내만 낼 수 있을 뿐이에요. 이 점이 아주 중요합니다. 언어의 불연속성, 언어의 본질적 불구성不具性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불연속성 때문에 연속적 세계를 고스란히 재현할 순 없는 겁니다. 세계를 재현하는 도구로서 언어는 카메라보다도 훨씬 불편한 도구입니다. 어떤 심리 상태를 묘사한다거나 할 때는 또 다르겠지만, 물질적 세계를 재현할 때는 카메라보다 훨씬 더 떨어지는 도구예요.
제가 여러분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거예요. 우리는 흔히 영어, 한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존재하는 건 영어들, 한국어들, 프랑스어들, 독일어들이라는 겁니다. 존재하는 건 한국어들이에요. 한국어라는 단수는 없어요. 단수의 한국어는 없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몇 개의 한국어가 있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죠? 왜 아무도 모르냐 하면 언어의 변화라는 건 아주 급격히, 단절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거든요. 조금씩 조금씩 일어나죠. 제가 첫 시간에 소쉬르라는 언어학자 이야기를 하면서, 랑그와 파롤이라는 걸 구분하면서 ‘언어학의 주된 대상은 랑그다’ 그랬는데, 언어 변화를 추동하는 건 실천으로서의 파롤입니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데는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거 기억하시는 분 계실지 모르겠어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할 때, 인수위 위원장 하시던 이경숙이라는 분이 계세요. 당시 숙명여대 총장이셨던 분인데, 그분이 유명한 말을 남겼죠. 미국에 가서 오렌지라고 하면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 ‘아륀주’, 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그랬죠? 그래서 엄청 세간의 비판과 비웃음을 샀습니다. 그런데 사실 세종대왕 역시 어리석은 백성들이 ‘아륀주’를 오렌지라고 말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내가 진짜 발음을 가르쳐주마. 진짜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내가 비슷하게라도 가르쳐주마. 따라해봐라. 아륀주. 훈민정음을 만든 목적 가운데 하나는 이런 것도 있었다는 겁니다. 완벽하게 중국 한자음을 흉내 내지는 못할지라도, 되도록 중국 한자음에 가깝게 한국 한자음을 통일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요. 세종의 이 노력은 《동국정운東國正韻》이라는 책으로 열매를 맺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