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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6559680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1-11-26
책 소개
목차
책을 사랑한 아버지와 문약한 아들 9
탄자니아 혹은 세네갈 아니면 상파울로 19
그대여, 돌을 던져라 23
32분 후에 알게 된 사실 25
잊을 수 없는 두 개의 주소 30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좋아하면 어떻게 될까 35
호남선 야간 완행열차 42
원래 나의 집이 아니었다 54
저승 가는 여비는 6만원 65
한 인간의 흔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74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가난과 친구가 된다 79
갈 이유가 없으며, 가지 못할 이유도 없다 86
멈추어 버린 1등, 그러나 아직도 늦지 않았다 99
IQ와 공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107
결혼은 여러 사람에게 독이 될 수 있다 113
10년과 1년 124
현명하거나 미련하거나 잘못을 되풀이 한다 132
아버지의 집은 아버지의 집이다 142
마지막 승자는 누구일까? 147
소유와 죽음의 관계 156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160
아버지의 서재 166
103일 만의 해후 180
물려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186
나는 여전히 어리석다 193
에필로그 197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버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 나를 늘 걱정했다. 몸이 약해 힘든 일을 잘하지 못했으며, 추위를 많이 타 겨울이면 이불을 둘러쓰고 살았다(지금도 나는 10월이면 내복을 입기 시작해 다음해 5월이 되어야 벗는다). 운동은 젬병이었고, 음악도 소질이 없었으며, 도전정신도 없었고, 리더십도 없었고, 싸움도 못했다. 바둑이나 장기를 아무리 오래 두어도 실력이 늘지 않았다. 단 한번도 백돌을 쥐고 바둑을 두어본 적이 없다.
태생적으로 영리하고 근면한 아버지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공부밖에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DNA에 새겨져 대대손손 내려오는 적빈(赤貧)을 벗어나고자 공부를 쉬지 않았다. 아침이면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 나무를 하고, 꽁보리밥을 물에 말아 김치 한 조각으로 때우고, 교과서를 보따리로 둘둘 말아 어깨에 묶은 다음 10리(대략 4km)를 달려 소학교에 다녔다. 집에 돌아오면 돼지에게 밥을 먹이고, 또 나무를 하고, 풀을 베고, 밤이면 등잔불 아래에서 공부했다.
그때 나는 저승 가는 여비는 과연 얼마일까? 궁금증이 들었으나 정확한 금액은 알지 못했었다. 오늘, 이제야 드디어 그 여비를 알았다. 죽은 사람의 육체를 불가마에 넣고 활활 태워 가루로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6만 원이었다. 그때까지 육체에 갇혀 있었던 영혼은 가루가 되면서 저승으로 올라간다. 누구라도 그 후손에게 6만 원이 없다면 저승에 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