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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6561898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4-10-10
목차
오르며 006
최소한의 워밍업
해발 고도를 높이면 행복해진다 020
산에 오르는 7가지 이유 024
등산의 철학적 효용 031
조금은 철학적인 북한산 매뉴얼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다
꽃으로 피어난 중생대의 추억 _화강암 군집 040
고귀한 것들은 자신을 감춘다 044
전체 구조부터 알아야 한다 _청수동 암문 046
성과 속을 한데 보듬는 스물세 봉우리 049
『주역』과 산 _흔들린다, 무너지지 않는다 053
서정과 서사의 황홀한 만남 059
우리,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프지 않은 역사는 없다 _슬픈 백운대 066
산이라는 추상화, 산이라는 시 072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_아픈 백운대 076
혼자 남아도 두려움 없이 _숨은벽 082
융프라우 _열정은 경계를 허문다 088
진짜 정보는 은밀한 공간 속으로 _도선사 입구 094
마음은 고요하게, 몸은 분주하게
문약한 우리들, 산으로 가자 _부암동 102
그해 여름, 추사의 고난도 클라이밍 _비봉 108
세월의 반격 앞에서 울지도 못했다 _비봉능선 113
경계에서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119
지리산의 추억 1 _고무신과 청바지 124
지리산의 추억 2 _그는 말없이 참치캔 하나를 땄다 128
누구나 저마다의 세기를 산다
쉬운 길은 어려운 길이었다 _문수봉 가는 길 138
바람과 물의 현란한 서사 _바위들 142
즐거운 풍수 148
숙종의 우울에 관한 어떤 상상 _북한산성 154
펠림프세스트 또는 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들 159
도심 속으로 _명동, 왕십리, 종로의 추억 165
당신의 상처가 이 도시를 치유하리라 172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어차피 인생은 셀프라던 그에게 _수유 아카데미하우스 182
안단테, 안단테… 조급해 말아요 _의상능선 186
꽃 피우지 못하는 삶이 더 많다 _불광동 대호아파트 191
시베리아 _이반하던 것들의 화해, 그 절경 197
바이칼 _가늠할 수 없는 그의 속내 203
천천히, 느긋하게, 고독하게
사유할 것인가, 노동할 것인가? 214
랭보 _압도적으로 모던하게, 절대적으로 한가하게 218
뽕짝과 찬송가, 그리고 절대 고독 _진달래능선 224
결기와 강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_소귀천계곡 230
외로움을 태우고 새벽을 달리다 _34번 버스 236
나르시시즘 _모든 여행은 사람의 향기를 좇는다 242
내려가며 25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불안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행복을 꿈꾸기 위해 우리는 문을 박차고 나가야 한다. 골방에 틀어박혀 복음과 경전을 붙들고 있을 필요도 없고, 달변의 멘토와 자기 계발서의 호언장담에 마음을 내줄 필요도 없다. 신발 끈을 여미고 폐쇄된 공간에서 훌쩍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행복은 지금 있는 공간으로부터의 ‘이탈’ 가능성에 비례한다. 해발 고도를 높일 때 우리는 행복에 잠길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레몽 루셀이라는 프랑스 소설가가 있었다. 그의 소설에서 라틴어 ‘로쿠스 솔루스Locus Solus’를 배웠다. 우리말로 풀면 ‘외딴곳’ ‘은밀한 장소’쯤 되겠다. 등산을 오래 다니면 나만의 아지트가 생긴다. 후미지고 외진 곳이 아니어도 좋다. 주위에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을 잠시 잊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한다면, 그 순간 내가 앉은 곳이 로쿠스 솔루스다. 크게 굽은 소나무 아래든, 계곡의 구석이든, 정상 옆 작은 바위든 상관없다. ‘주위’를 잊는 그곳이 로쿠스 솔루스다.
‘넝쿨 움켜쥐며 푸른 봉우리에 오르니
흰 구름 가운데 암자 하나 걸려 있네.
눈에 보이는 곳 우리 땅으로 한다면
오월의 강남땅도 그 속에 있으련만.’
『연려실기술』에 수록되어 있다는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시다. 백운대 정상 부근에 세워진 안내 구조물의 내용이다. 원문은 물론 한자이고, 제목은 〈등백운봉(登白雲峰)〉이다. 그러니 이성계가 백운대에 직접 오른 뒤에 쓴 시다. 바다 건너 오나라, 월나라의 중국 땅을 어찌 육안으로 볼 수 있겠나. 하지만 한 나라를 일으킨 인물이 간만의 산행에 취해 뱉은 호언과 장담이니 넘어가 주기로 하고 시를 살피자. 중요한 건 이성계가 ‘넝쿨’을 움켜쥐며 ‘푸른’ 봉우리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제 몸속으로 품고 와 내뿜는 도시의 독기와 우악스러운 등산화들의 공격으로 지금은 밋밋한 바위의 연속일 뿐이지만, 500년 전엔 달랐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