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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좋은부모 > 육아 > 자녀 심리
· ISBN : 9791186602287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7-09-11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어른 1, 어른 2, 어른 3?
1부 애착, 깨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반드시 잃어버려야 할 사랑 … 애착은 무엇을 위해 쓰이는가? | 셀렌의 코스프레 | 너무 오래 지속되는 애착관계 | 엄마의 사랑은 잃어버려야 한다
애착의 반전 … 엄마, 나에게 응답해주는 사람 | 엄마의 사랑에는 반전이 있다 | 엄마가 놓지 않는 손 | “이제 우리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엄마의 사랑이 아이를 압도할 때 … 아이의 공포증이 가리키는 것 |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 아이의 세상에 경계가 없다면 | 엄마와의 세계와 금 긋기
미래라는 시간은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 “자고 일어나도 나는 여전히 똑같은가요?” | 지금의 나와 다른 나에 대한 여지
2부 아이는 아빠의 세계로 초대받고 싶어 한다
부모의 욕망이 아이의 자리를 만든다 … “너를 낳고 싶었어”의 의미 | 아이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 시작은 부모의 바람
엄마가 원하는 것이 되고 싶다 … ‘엄마가 바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 ‘나는 알 수 없다’ |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갖고자 하는 마음으로
아이는 아빠와 어떻게 만나는가 … 아빠는 엄마의 소개로 등장한다 | 아빠의 위치와 가치는 엄마의 말에 의해 정해진다 | 아빠의 역할
아빠에 관한 신화 … 아빠가 최고라는 신화 | 아이가 엄마 곁을 떠날 명분 | 다른 자리를 얻게 될 가능성
아빠는 왜 아이의 친구가 될 수 없는가 … 아빠의 최초의 역할 | 엄마의 뜻을 따르는 아빠 | 종잡을 수 없는 법을 휘두르는 아빠 |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법
아빠의 징표 … 아빠의 인정과 욕망 | 아이가 찾은 징표 | 아빠의 세계로의 초대
3부 어떻게 배움의 세계로 들어서는가
즐거움의 원천에는 엄마가 있다 … 아이가 처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 | 엄마의 말 | 배움의 시작점, 몸 |
상실, 배움의 전환점 … 엄마가 없는 곳에서 나를 만드는 일 | 새로운 즐거움이 찾아온다
‘나’로서 즐기는 배움의 조건, 규칙과 관심 … 규칙이 있는 매개물 | 고래가 없으니 고래 생각이 난다 | 배움에 단절이 찾아올 때
4부 학교, 성장은 상실을 동반한다
아이에게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 잘하던 것을 못하게 되고, 못하는 것을 만나게 되고 | 놀기와 배우기의 분리
공부의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을 때 … 다른 질서의 놀이, 다른 질서의 공부 | 게임이 주는 보상
지식의 역할 … 공부와 지식의 효과 | 불가능성에서 가능성으로 | 현실 속에서의 의미 있는 지식
공부에서 자신의 무대를 지키는 법 … 발견과 연구 | 전수와 인정
아이는 응답을 기다린다 … 내가 사라질 것 같은 위협 | 서로 상응하는 것을 연결하시오 | 누군가 응답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 학교에는 친구가 있습니다
나오며 아이의 삶을 증언해줄 사람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셀렌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온통 자기 사진으로 채워져 있는데, 모두 코스프레를 한 모습입니다. 셀렌은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변신하고, 이런저런 변화를 주면서 사진을 찍어 올립니다. 제게도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아주 만족스럽고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었죠. 거울 속 이미지 앞에서 우울해지고 구역질이 나던 셀렌이 코스프레 분장을 하고 나면 자신만만해집니다. 코스프레를 한 채로라면 더 이상 자신만의 방 안에 숨어 있을 필요도 없죠. 셀렌에게 코스프레는 단순한 복장놀이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주요한 지지대가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셀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사실 엄마와의 관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셀렌 엄마의 관심은 오직 셀렌뿐입니다. 셀렌이 중학교 3학년인데도 엄마는 셀렌의 하루 일과를 전부 함께 나누고 싶어 합니다.
“저는 엄마에게 모든 걸 이야기해요. 하루에 일어나는 모든 일, 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 전부요. 엄마가 물어보고 제가 대답해요.”
누군가의 완전한 통제 속에 살면서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그 ‘누군가’가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일 때, 일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엄마와의 관계 속에 갇혀 있다는 건 다른 어떤 관계도 시작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오로지 엄마에게 요구해 채울 수밖에 없다면, 즉 엄마의 응답에 종속된다면,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독립적으로 원하지 못하게 됩니다. 자신의 존재를 보장해줄 것 같았던 엄마와의 사랑의 관계가 어느 순간 자신의 존재를 위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잃어버리고 엄마의 응답에 매달린 채로 살아가기를 계속한다면, 엄마가 주는 아무리 좋은 것도 아이의 존재를 채워줄 수 없게 됩니다.
요컨대 달라고 한 것보다 사랑의 응답이 중요해지고, 그런 관계가 너무 오래 지속되거나 유일한 관계가 되러버리면, 사랑의 응답에 묶이면서 존재가 비워질 수 있습니다. 자기가 바라던 것을 잃고, 존재에 의미를 주었던 사랑이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반전을 낳게 되는 것이죠.
가에탕은 동생과 극심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동생은 엄마 옆에 있는데 자기는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아이로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죠. 그런데 문제는 엄마를 놓고 대치하고 있는 가에탕과 동생의 경쟁관계를 정리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빠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엄마의 옆자리는 아빠의 자리임을 알리고 그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 구도를 깨뜨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에탕의 아빠는 오히려 이런 구도를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
가에탕의 아빠는 자랑스럽게 자신은 친구 같은 아빠라고 말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답이 꽤 많이 돌아옵니다. 얼핏 보기엔 바람직한 답으로 보입니다. 엄하고 무뚝뚝한 아빠보다는 상냥하고 말이 통하는 아빠가 나아 보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종종 원래 의도와는 다른 효과들을 동반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