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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6602584
· 쪽수 : 138쪽
· 출판일 : 2020-11-18
책 소개
목차
목욕탕에 갔어야 했는데
온탕 애호가쯤으로 해두자
어른들의 탕
어린 몸, 젊은 몸, 늙은 몸
요다 여사님의 세신 포스
목욕탕집 남자
목욕 동행
중국 목욕탕과 M 언니
“통?”
목욕탕 원정
목욕탕에서 살아나기
그래도 목욕탕에 간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루의 과업을 무사히 마쳤으니 뿌듯할 것 같은데 몸은 천근만근이고 마음은 우중충하다. 잠자리에 들기는 일러 텔레비전 앞에서 뉴스를 본다. 어느 순간 졸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한밤중이거나 다음 날 아침이다. 자고 났는데도 피로는 여전히 눈과 어깨, 목에 매달려 있다. 후회막급이다. 목욕탕에 갔어야 했는데.
탕에 들어가기 직전,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야심한 밤, 꼬들꼬들한 라면을 젓가락으로 막 집어 들 때와 견줄 만한 순간. 발가락이 물에 닿으며 짜르르한 기분을 느끼는 건 겨우 1초다. 행복은 그렇게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지만 바로 그 찰나를 위해 기꺼이 눈바람을 맞으며 빙판 위를 살살 디뎌 여기까지 온 것 아니겠는가. 희뿌연 먼지를 마시며 때에 절어 살면서도 그 1초 때문에 발목에 또 힘을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곳에서 난생처음 열탕에 들어갔다. 열탕은 어른들의 탕이다. 열탕에 ‘어린이는 못 들어갑니다’라고 적혀 있진 않지만 어린이가 앉아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가던 시절에는 도저히 열탕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열탕은 목욕 연차가 내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아줌마, 할머니의 공간이었다. 열탕에 손끝을 넣어보면 화끈거렸다. 그런 물에 들어가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어른들이 어린 내 눈에는 무척 신비로워 보였다. (…) 탕 끝에 살짝 앉아 발 하나 담갔다가 빼고 넣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몸을 담근 순간, 온몸을 꼬집는 듯한 느낌이 전신에 퍼졌다. 나 죽었다 싶은 찰나에 온탕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시원한 느낌이 밀려들었다.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