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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86639016
· 쪽수 : 612쪽
· 출판일 : 2015-07-27
책 소개
목차
눈물과 땀, 울음과 기침 소리, 추악함과 서러움 인간의 맨얼굴을 보여주다_ 노경실
젊은이의 시절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
은화.백동화
십칠 원 오십 전
당착
춘성春星
속 모르는 만년필 장사
여이발사
행랑 자식
자기를 찾기 전
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
계집 하인
벙어리 삼룡이
물레방아
꿈
뽕
피 묻은 편지 몇 쪽
지형근
화염에 싸인 원한
청춘
나도향 연보
책속에서
행랑 자식
“안 들어갈 터이냐?”
그 말을 하고 부지깽이를 찾는 척할 때 그는 웬일인지 하지 못할 짓을 하는 비애를 깨달았다.
“싫어요.”
진태는 우는소리로 거절하였다.
“싫으면 밥 굶을 터이냐?”
“굶어도 좋아요.”
“어디 보자. 어린애나 이리 내라.”
어린애를 안고서 어머니는 안으로 밥을 얻어먹으러 들어갔다. 그러나 진태는 방에 들어가 깜깜한 속에 드러누워 있었다.
벙어리 삼룡이
불은 마치 피 묻은 살을 맛있게 잘라 먹는 요마의 혓바닥처럼 날름날름 집 한 채를 삽시간에 먹어버리었다. 이와 같은 화염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사람이 하나 있으니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낮에 이 집을 쫓겨난 삼룡이다. (중략)
새아씨를 자기 가슴에 안았을 때 그는 이제 처음으로 살아난 듯하였다. 그는 자기의 목숨이 다한 줄 알았을 때 그 새아씨를 자기 가슴에 힘껏 껴안았다가 다시 그를 데리고 불 가운데를 헤치고 바깥으로 나온 뒤에 새아씨를 내려놀 때에 그는 벌써 목숨이 끊어진 뒤였다. 집은 모조리 타고 벙어리는 새아씨 무릎에 누워 있었다.
뽕
삼보는 귀로 안협집의 숨소리를 들어보았다. 그러나 숨소리가 없다. 그는 기겁을 하여 약국으로 갔다. 그의 팔다리는 떨렸다. 그가 의사에게서 약을 지어가지고 왔을 때 안협집은 일어나 앉아 있었다. 삼보는 반가웁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여 약을 마당에 팽개쳤다. 그리고 밤새도록 서로 말이 없었다. 이튿날은 벙어리들 모양으로 말이 없이 서로 앉아 밥을 먹고, 서로 앉아 쳐다보고, 서로 말만 없이 옷도 주고받아 갈아입고 하루를 더 묵어 삼보는 또 가버렸다. 안협집은 여전히 동리 집 공청 사랑에서 잠을 잤다. 누에는 따서 삼십 원씩 나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