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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886495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0-06-2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나의 오랜 억울함에 대하여 9
1부 우주를 무대로 인간을 생각한다
두 거장이 만들어 낸 커다란 흐름_강경옥의 『별빛속에』, 황미나의 『레드문』 35
절대적인 표준이라는 견고한 맹점의 벽을 뚫고_김진의 『푸른 포에닉스』 44
지극한 과학으로 만들어 낸, 친한 길들이 서로 만나는 곳_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57
2부 Feminism & Fight
‘낯설게 하기’로 다시 돌아보는 위험한 로맨스와 그에 대한 극복_신일숙의 『1999년생』 71
욕망에 충실한 미소녀들의 싸움_민송아의 《나노리스트》, 『좀비가 있어도 여고생은 잘 살고 있어요♥』 85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잔혹한 세계의 거울상_이미라의 『남성 해방 대작전』 94
알파 걸들의 경쟁 속에 드러나는 혐오와 숭배의 이중성_차경희의 『걸스 온 탑』 108
여성의 현실과 작가의 현실, 두 방향의 도전_수신지의 《곤 GONE》 121
3부 만들어 낸 인간의 권리를 묻는다
이 아이들은 인간이다. 만들었다고 부술 권리를 누가 주었느냐_김혜린의 『아라크노아』 133
아버지, 국가, 창조자가 아닌, 자신이 발견한 진정한 자신_강경옥의 『노말 시티』 146
그 모든 것을 용서하기까지_뻥의 《그리고 인간이 되었다》 157
4부 종말과 시작, SF 속 종교의 이미지
낙원 같은 학원에서 인간의 죄를 묻는 종교 SF_양여진의 『세인트 마리』 171
스타일리시한 액션 속에서 인간의 오만을 묻는다_서문다미의 『END』 185
종말과 구원,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며 이어지는 작가의 세계관_임주연의 『천년도 당신 눈에는』 194
익숙한 창세 신화 속,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고발한다_신일숙의 『나의 이브』 203
5부 주먹을 쥐고 투쟁을 외치며
재활용품의 무게만큼 식량을 얻는 세계_이보배의 『이블자블 대소동』 213
온정적인 ‘왕’과 그의 ‘에스더’의 모험일까_김우현의 『밀레니엄』 217
다음 세대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주고 싶어서_전혜진, 김락현의 『리베르떼』 224
6부 대체 역사와 시간 여행자들
순정 SF 대체 역사물의 새로운 고전_박소희의 『궁』 233
시간 여행과 뒤바꾼 역사_원혜정의 『오늘은 조선 한양에서』 245
유능한 여성은 누구의 몸에 들어가도 성공을 노린다_허윤미의 『당신만의 앨리스』 252
반복되는 사랑, 반복되는 세계_신일숙의 『나무 박사를 찾아서』 258
7부 순정만화 속 미래의 풍경들
날아다니는 경찰차가 전부가 아닌 미래_강경옥의 『라비헴 폴리스』 265
소녀에게는 사랑을, 여성에게는 커리어를_원수연의 『휴머노이드 이오』 274
주인공과 작가, 함께 한 걸음 더 앞으로_네온비와 피토의 《세기의 악녀》 282
세계와 맞서고 생의 중심을 자신에게 두는 것_유시진의 《꽃밭에서》 288
기술이 바꾸어 낸 사랑의 방식_천계영의 《좋아하면 울리는》 298
붙임1. 순정만화 속 BL(Boys Love), BL 속 SF 308
붙임2. 어디에서 이 작품들을 읽을 수 있을까? 321
작가의 말 324
참고문헌 32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실 순정만화란 그저 로맨스를 다루는 장르의 갈래가 아니라, 그냥 주력 향유층에 따른 갈래에 가까웠다. 그 갈래 안에서 순정만화를 빙자하여 온갖 것들이, 혁명을 말하는 청년들이, 부친 살해가,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자아에 대한 질문과 정상성에 대한 의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들 모두는 그저 순정만화로 호명되었다.
순정만화 안에는, 모든 것이 다 있었다. 뛰어나고 걸출한 작품들이 많았다. 역설적으로, 그 모든 작업과 성과들이 하나하나의 장르로 분류되고 인정받는 대신 작가들과 독자들의 성별이라는 기준 하나로 ‘순정’이라고 거칠게 묶여버리는 가운데, 순정만화는 학문으로 치면 ‘통섭’이라 부를 만한 단계로 나아가며 발전했다. 다양한 장르의 영향을 받으며 깊이 있게 발전하고, 나아가 현실적인 제약이나 개별 장르의 전형적인 문법에서 파격을 이룰 수 있었다. 단, 제대로 된 분류와 이름이 붙지 못한 채로. 평론가들의 호명을 받는, 극히 일부의 작품만이 “순정만화를 뛰어넘었다”는 칭찬 같지 않은 칭찬과 함께, 그 장르의 이름으로 불리곤 했다
가끔 상상해 본다. 한국 최초의 순정만화 잡지 『르네상스』에서 근미래를 다룬 SF 만화들을 보고 있던 당시의 순정만화 독자의 기분을. 그 만화들의 활달하고 유능하며 강한 한국계 여성 주인공들은 그때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물론 지금은 한국 작가가 쓴, 한국이 배경이고 한국인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무척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근미래 SF에서 현재 한국인이 겪고 있는 문제와 고민들의 연장선이 다루어지는 것도 흔한 일이다. 하지만 한때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은 문화계의 변방이었고, 정작 한국인 독자들이 한국이 배경인 SF를 낯설어 하기도 했다. 바로 그런 시대에, 한국 순정만화는 이미 한국계 여성 주인공들을 세계로, 우주로, 머나먼 과거와 미래로 거침없이 이끌어가고 있었다. 가장 대중적이면서, 가장 진보적인 장르로서.
작가의 말에서 언급된 이 작품의 가제 중 하나는 ‘Border Line’이었다. 경계선이라는 뜻을 지닌 이 말은 작중 챕터 제목으로도 쓰였다. 이 말 그대로 마르스는 경계선에 서 있다. 화성에서 태어난 자연 출생아라고 생각했지만 지구에서 트롤 박사가 만들어 낸 유전자 조작 실험체였다. 평소에는 강력한 초능력을 지녔고 행동력 강한 금발의 에스퍼 여성이지만 일정 기간이 되면 초능력이 없는 평범하고 얌전한 흑발 남성, 가이 S. 헤스턴으로 변한다. 때로는 경계선에 서 있고, 때로는 이 선을 양쪽으로 넘나드는 마르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혼란스러워 한다. …하지만 강경옥은 이 무거운 짐을 마르스 한 사람에게만 떠넘기지 않는다. 시온과 이샤, 비너스 등 외모만 봐서는 어느 쪽 성별로 바로 패싱되지 않는 인물들을 여럿 배치했다. …이 만화가 나왔을 당시의 한계로 이 모든 관계가 작가의 말에서조차 ‘보편적 사랑’으로 뭉뚱그려졌을지언정, 이런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노말 시티』는 2020년에도 충분히 낡지 않고 동시대성을 지닌 작품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