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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87928294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1장 7
2장 44
3장 75
4장 119
5장 156
6장 182
7장 213
옮긴이의 말 245
책속에서
현대적인 교육을 받은 자라면 병약한 어머니와 가문의 당당한 연륜을 상기하면서, 지성의 이상 비대를 퇴화의 징후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이 작은 도시에는 다행스럽게도 그런 종류의 사람은 살고 있지 않았다. 단지 관리나 교사들 중에서 젊고 영리한 일부만이 신문을 통해서 불확실하게나마 그런 ‘현대적 인간’의 존재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서는 차라투스트라를 모르더라도 교양 있는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고정 불변하는 결혼 상태를 유지했고 그러면서 대개는 행복해했으며, 일평생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고루한 사고방식에 점령당한 채 살았다. 안락한 삶을 누리는 부자들 중에는 지난 20년 동안 기능공에서 공장주로 신분 상승한 이들도 많았는데, 그들은 관료 앞에서는 모자를 벗고 친분을 쌓으려 애쓰는 반면, 자기들끼리 있을 때면 관료들을 가난뱅이니 필경꾼이니 하고 부르곤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그들이 가진 최대의 야심은 자기 아들을 가능하면 대학 공부를 시켜 관료로 만드는 것이었다.
한스 기벤라트의 재능은 탁월했다. 교사들, 교장, 이웃들과 목사, 학교 친구들 등 모두가 입을 모아 이 아이는 머리가 특별하게 비상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니 아이의 장래는 이미 결정된 셈이었다. 슈바벤 지방의 머리 좋은 아이에게는, 부모가 부유하지 않을 경우, 오직 하나의 좁다란 진로만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치르는 시험에 합격한 뒤 신학교에 입학하고, 거기서 다시 튀빙겐의 상급 신학교에 들어간 다음, 이후에 목사로서 설교단에 서거나 교직을 얻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해마다 수십 명의 시골 소년들이 평탄하고 안전한 이 길을 밟는다.
그는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저울’까지 갔다. 키 큰 덤불 사이로 수심 깊은 강물이 느리게 흐르는 곳이다. 거기서 옷을 벗고, 처음에는 손을, 그리고 이어서 발도 차가운 강물에 조심스레 담가보았다. 살짝 오싹했지만, 그다음 주저 없이 물속으로 풍덩 뛰어 들어가 느린 물살을 거슬러 천천히 헤엄쳤다. 지난 며칠간 쌓였던 땀과 불안이 말끔히 씻겨나가는 것을 느꼈다. 강물이 그의 가냘픈 몸을 어루만지며 차갑게 식혀주는 동안, 그의 영혼은 새로운 생기로 충만해지며 본래의 아름다운 고향을 되찾았다. 그는 빠르게 헤엄치다가 느슨하게 휴식을 취했고, 다시 헤엄쳤다. 나른한 피로감과 차가운 물의 감촉이 기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