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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248032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7-06-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궤도를 벗어난 소년이 매일 차려주는 밥상에 대해 쓰며,
무언가가 되어가는 과정의 소년은 두려움이 없다
1부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요리를 시작했다
불가능한 꿈에서 가능한 꿈을 찾아가던 시간
태어나 처음, 내 돈 주고 산 음식 블루베리 요거트
이제 막 고등학생, 야자 대신 저녁밥 한다
자퇴하고 싶은 소년의 버섯 리소토
좋아하는 일도 가끔은 지옥이 된다
기본의 어려움과 쓰라림을 알게 해주는 생채
음식은 우리를 과거로 돌아가게 만든다
태어나서 기쁜 날에는 오븐 닭구이
우리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잠이 든다
성장통으로 몸이 무겁다면 수제 돈가스
요리를 하자 소중한 것이 생겼다
싸운 후 화해하고 싶을 때는 치킨 텐더
좋아하는 음식이 닮아가는 날들에 관하여
처음 차리는 생일 밥상엔 카프레제 샐러드
2부
음식은 마음을 성장하게 한다
“돈가스 모르는 사람은 나를 모르는 거예요”
반항기 일곱 살의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주니어 세트
정갈한 마음으로, 아이는 진짜 요리를 생각한다
요리사 체험을 하고 싶다면 잡채
밥상은 집안의 권력을 말해준다
사회생활 하고 돌아온 일곱 살에게 만들어준 새우피망전
기술이 있으면 집안을 지배한다
알뜰한 요리 기술자의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
진정한 자립은 다른 사람을 위해 요리할 때 시작된다
아픈 엄마를 위해 아들이 끓여주는 죽
요리를 하자 자랑할 것이 생겼다
꿈이 여물어가는 날엔 단단한 꼬막무침
진심으로 수련하는 자의 태도에 관하여
숙취로 고생하는 아빠를 위한 해장국
3부
음식이 우리 모두를 안아준다
모두가 서로를 위해서 움직인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질 때는 굴튀김
우리 집이 곧 맛집이 된다
줄 서서 먹는 맛집이 싫다면 손수 상하이 파스타
슬픔은, 맛있는 요리를 먹지 못할 때 찾아온다
아프지만 강해진 엄마를 위한 콩나물밥
네가 즐겁게 먹고살았으면 좋겠다
소년이라면 자고로 돈가스
좋은 아들은 대대손손 이어진다
기력이 쇠한 몸을 위해 부드러운 무쌈말이
잘 먹는 집안에는 좋은 할아버지가 있다
떠나는 사람과 함께 마지막으로 먹은 탕탕이
아들이 차려주는 밥에도 애환이 있는 법
돈 걱정을 할 줄 알게 되었을 때는 떡갈비
4부
그렇게 쭉, 우리는 함께 먹을 것이다
소유욕은 사라지고 요리욕이 꿈틀댄다
찬바람이 불기 전에는 생합 넣은 에스가르고
음식이 곧 약이 된다
수술 다음 날에 먹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건강은, 행복한 요리를 먹는 데서 찾아진다
여름 내내 외식 네 번, 더위를 이기게 해주는 레몬청
너의 길을 멋있게 걸어갔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해도 되는 때, 무엇에도 먹기 좋은 오이피클
에필로그
자신의 삶을 요리하는 소년의 행복 레시피
혼자 길 떠나는 소년은 특별하지 않아도 멋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미래는 불안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 써야 할 시간과 돈도 저축한다. 하고 싶은 일은 나중으로 미루는 게 인생이라고 가르친다. 고등학생이 된 제규는 스스로 궤도이탈자가 되었다. 본 적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해야 할’ 학교공부 대신에 ‘하고 싶은’ 요리를 했다. 뭔가가 되지 않았어도, 그 과정은 근사했다. 밥 짓는 소년을 글로 쓴 이유다.
_프롤로그 <무언가가 되어가는 과정의 소년은 두려움이 없다> 중
나는 제규에게 박찬일 셰프의 칼럼을 읽게 했다. ‘요리사의 평균 급여는 바닥. 노동시간은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보다 더 길고, 신분 보장도 잘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제규도 ‘요리사의 근속 연수가 3년 미만인 이유가 창업한 식당의 생존기간이 대개 3년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중략)
“엄마, 난 대학 안 가요. 학자금 대출받아서 처참하게 살 것 같애.”
“너 학원 안 보내고 모아놓은 돈 있어. 등록금 내라고 줄 거야.”
“싫어요. 학교 공부 자체가 나랑 안 맞아. 내가 왜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라는 기사를 관심 있게 읽은 줄 아세요? 남 얘기가 아니니까. 내가 그렇게 살 수도 있잖아요.”
순간, 코끝이 아렸다. 오찬호의 책 《진격의 대학교》에는 ‘대학생=대기업 입사 희망자’라는 공식이 나온다. 남편과 나는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우리, 회사 안 다니길 잘했다. 애들도 보내지 말자”고 다짐하는 바보들. 이런 부모를 둔 제규는 테이블 서너 개짜리 식당을 하는 게 꿈이다. 의젓하게 “돈 욕심 없어요”라고 말하지만 아직도 잘 때는 이불 덮어달라고, 뽀뽀해달라고 한다.
제규는 더 이상 “자퇴할래요”라고 조르지 않는다. ‘밥 걱정의 노예’인 남편은 “아들이 밥 하니까 좋네”라면서 며칠간 출장을 갔다. 우리 집의 진짜 주방장 노릇을 하게 된 제규는 학교에 갔다 와서 밥상을 차렸다. 먹고 치우고, 좋아하는 셰프의 동영상을 찾아보다가 학교에서 내준 과학 숙제 걱정을 했다. 나는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
만둔대》의 한 구절을 읽어줬다.
“이 교실 외에도 지금 칠판 앞 수백 개의 등짝에 수백 종류의 미래가 걸려 있고, 그렇기에 수백 종류의 길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고등학교란 곳은 왠지 낙원 같다.”
“엄마, 그거 진짜 아니에요. 고등학교가 낙원 같다고요?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냥 참고 다니는 거라고요.”
반박 불가! 제규 말은 책 속의 글보다 더 현실적이었다. 인내하면서, 정해진 몇 가지의 길로만 가는 게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다. 수백 종류의 길을 탐구하는 건 쓸모없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제규가 다른 길도 가봤으면 좋겠다. 모든 감각이 활짝 열려 있는 또래 친구들과 같이 많이 웃고, 때로 실망도 하면서. 그러려면 학교는 계속 다니는 게 좋겠다.
_<이제 막 고등학생, 야자 대신 저녁밥 한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