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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88285617
· 쪽수 : 476쪽
· 출판일 : 2018-08-19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리석은 생각은 마.” 한 경관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말뿐이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두 십대 소년은 가드레일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들이 버려둔 차에서 3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리버스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손가락으로 가리켜 그들이 아닌 차로 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두었다. 트렁크는 살짝 열려 있었다. 리버스는 조심스레 마저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트렁크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가 트렁크를 닫자 위태롭게 걸쳐진 차가 앞뒤로 몇 번 흔들리다가 멈추었다. 그가 금발 소년을 돌아보았다.
“안 추워?” 리버스가 말했다. “차에 들어가서 얘기할까?”
바로 그때부터 세상이 슬로 모션에 빠져들었다. 금발 소년이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친구를 감싸 안았다. 두 소년은 등지고 있던 가드레일에 몸을 기댔다. 금속판은 그들의 체중을 버텨내지 못했다. 보도에 디뎌진 싸구려 운동화가 미끄러지면서 그들의 다리가 위로 번쩍 들렸다. 그리고 그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
그의 시선이 다시 벽에 걸린 시계로 돌아갔다. 20분만 더 참으면 귀가할 수 있었다. 그때 교실 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키 작은 남자가 안에 들어와 있었다. 남자는 얇은 항공 재킷과 해진 바지 차림이었다. 그의 두 손은 재킷 주머니에 깊숙이 파묻혀 있었다.
“당신이 의원이오?” 남자가 물었다.
길레스피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헬레나 프로핏을 돌아보았다. “당신은 뭐요?”
“제 비서입니다.” 톰 길레스피가 설명했다. 헬레나 프로핏과 남자는 잠시 서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용건을 얘기하지.” 남자가 말했다. 그가 재킷 지퍼를 내리고 총신을 짧게 자른 산탄총을 뽑아들었다.
“당신,” 그가 프로핏에게 말했다. “당신은 꺼져.” 그가 산탄총을 의원에게 겨누었다. “넌 꼼짝 말고.”
“‘추크츠방’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독일어인가요?” 리버스가 말했다.
그제야 차터스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 체스 포지션이죠. 자기에게 불리하게 말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판국. 재앙 같은 결과가 나올 걸 뻔히 알면서도 무조건 말을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