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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아무튼, 연필](/img_thumb2/9791188343447.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343447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1-05-2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연필
연필의 지리학
검색창에 연필을 입력하세요
다이아몬드와 같은 이름
P. P. P.
『아무튼, 코끼리』가 될 뻔한
마녀의 빗자루
그래파이트 타투
스페인 프리힐리아나의 실비아 씨
연필 장례식
2부 연필들
버지니아 울프의 연필
다와다 요코의 연필
최윤의 연필
밀레나 예젠스카의 연필
도로시 파커의 연필
조이스 캐롤 오츠의 연필
조앤 디디온의 연필
넬리 블라이의 연필
루이자 메이 올컷의 연필
부록 - 슬기로운 연필 생활
저자소개
책속에서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은 왜 아버지가 남동생에게 선물한 만년필을 갖고 싶어 했을까. 그런 욕망에도 긴 역사가 있다. 연필과 만년필, 임시적 존재에서 영구적 존재로의 욕망은 새로운 게 아니다. 툭하면 지워지고 대리되고 삭제되는 존재들에게 중첩되는 상처, 그러니까 그 영화는 그런 비가시적 존재들에게 몸을 빌려주고 상처에 대해 말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_「검색창에 연필을 입력하세요」
사람이 잘 부서지는 존재이고, 의아할 만큼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은 ‘안다’고 말하기보다 ‘모를 수가 없다’고 해야 한다. 삶이 환기시키는 건 그런 거다. 우리는 그냥 알기보다 대체로 모를 수가 없는 경험으로 자란다. 상담가가 내려놓은 연필 끝이 뭉툭해져 있었다. 흑연은 잘 부서졌다. 사람이 그런 것처럼 흑연도 강하지 않았다. 나는 다행히 흑연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 사람이었다. 부서지고 무너지고 더 약해질 수 있는 존재가 나이기도 하다는 걸 모를 수가 없어서 모른 척하고 산 것일지도. _「다이아몬드와 같은 이름」
발단은 연필 커뮤니티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돌아오는 “이 점 나만 있나요?” 타임이었다. 나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점을 가지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고양이처럼 나만 없네 또. 의학적으로는 ‘외상성 문신’, 정확히는 흑연 같은 이물질이 상처 속에 침착되어 점처럼 보이는 거였다. 그 점이 있는 사람은 적지 않았는데 정작 그것을 부르는 합의된 단어가 없었다. 연필에 찔리는게 한국 사람뿐이겠나 싶어 영어권 표현을 찾다가 발견한 게 그래파이트 타투(Graphite Tattoo). ‘흑연 문신’이라고 번역하면 어감이 달라지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나는 앞으로 그래파이트 타투라고 부르기로 했다. _「그래파이트 타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