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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91188352210
· 쪽수 : 216쪽
책 소개
목차
호기심: 낙원
노동: 다이달로스
폭력: 슬픈 소녀
복수: 아트리덴
욕망: 에기디우스 성인
비밀: 달
자아: 세바스티앙의 속내
아름다움: 마르시아스
장인정신: 지크프리트와 미메
권력: 욥
경계: 아스클레피오스
운명: 유다
책속에서
하루는 인간을 본뜬 동상을 만들어 아테네시 중앙광장에 세워놓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하는 말을 엿들었다. 사람들은 “이 동상은 사람과 굉장히 닮아서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아!”라고 감탄했다. 하지만 ‘마치’라는 말이 그를 화나게 했다. 그는 다시 연구에 들어갔고 자신의 작품이 움직이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는 동상 안에 기계를 집어넣었다. 혼자서 움직이는 동상을 만든 것이다.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오랫동안 다이달로스의 소문을 듣지 못했어. 요샌 뭘 만들고 있지? 뭘 만들기는 하는 걸까?” 사람들은 아테네 광장을 활보하는 다이달로스의 동상을 살아 있는 사람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비탄에 잠긴 사람들을 담은 여러 장의 사진을 볼 때, 우리는 그들을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강한 선의가 솟구치는 것을 경험하지 않는가? 낯선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의지가 그 의도의 선함과는 무관하게 어떤 위험성을 동반하지는 않는가? 사진을 게시하는 쪽에선 슬픔이나 보호본능이 도덕적 자질이 아니라는 것을 끝내 인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그 감정을 선의로만 포장하지는 않는가? 그들의 곤궁함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슬픔의 성적인 차원이 암암리에 활용되지는 않는가?
베드로 성인은 그에게 지옥의 형벌을 보여주었다. 지옥으로 가는 길 좌우는 고통의 신음과 저주, 복수를 위해 이를 가는 소리로 가득했다.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의 배 속은 납물로 채워졌고, 등에는 불에 달궈진 바늘이 꽂혔다. 지옥의 박쥐들은 사람들의 눈알을 빨아 먹었는데, 눈알이 빠진 자리엔 곧장 새 눈알이 돋아났다. 몸에는 쇠똥구리가 떼를 지어 온갖 방향으로 기어 다녔고, 머리는 등 쪽으로 젖혀졌다. 이승에서 무자비했던 자들의 몸뚱이는 꺼지지 않는 용광로 불에 타들어갔고 그들의 콧구멍에는 쉴 새 없이 얼음이 들이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