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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명/문명사
· ISBN : 9791188434077
· 쪽수 : 536쪽
책 소개
목차
실크로드 여행지도/ 8
저자의 노트/ 11
1. 새벽/ 13
2. 수도/ 22
3. 만트라/ 82
4. 하늘 아래 마지막 문/ 115
5. 남로(南路)/ 156
6. 카슈가르/ 221
7. 산속 통로/ 240
8. 사마르칸트로/ 285
9. 옥수스 강을 건너다/ 339
10. 애도(哀悼)/ 399
11. 몽골의 평화/ 448
12. 안티오크로/ 509
실크로드 관련 연표/ 526
옮긴이의 말/ 532
리뷰
책속에서
노인들은 무정한 가장행렬을 대하듯 이 변모하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낡은 마오쩌둥 모자에 해어진 헝겊 슬리퍼를 신은 그들은 길모퉁이나 공원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변화된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응시하곤 했다. 그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내전과 일본 침략 시대에 태어나서 대약진운동 시대의 기근을 가까스로 견뎌내고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용케 살아남은 그들이 이제 필요 없는 존재들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머리칼이 하얗게 센 그들의 얼굴은 역사로 인해 주름살이 잡혔거나 텅 비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가끔 그들은 희미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 여유만 있다면 그들은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댔고 햇볕을 쬐려고 바지를 무릎 위까지 걷어올렸다. 가끔 그들의 표정이 평화로워지고 심지어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어떤 행복한 기억이 그들의 머릿속을 스칠까 궁금했다.
고고학자 오렐 슈타인은 로프 사막의 전망대를 조사하다가 배달되지 않은 편지들을 발견했다. 소그드어로 쓰인 이 메시지들은 그 연대가 서기 313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이 편지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종이 위에 쓰인 최초의 편지들이다. 글씨는 먹으로 쓰여 있다. 한 편지는 오래 잊혀진 아내의 넋두리를 담고 있다(“당신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개나 돼지의 아내가 되는 게 낫겠어요!”).
“그분들은 내가 가는 것을 원치 않으셨죠. 농부였으니까요. 그분들은 내가 들에서 일을 돕기를 바라셨지요.” 그가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쨌든 나는 갔지요. 하지만 열일곱 살 때 나는 다시 떠나야 했습니다. 공산혁명이 일어났고, 승려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지요. 처음에 나는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다가 1964년에 정부가 내게 결혼하라고 지시했어요. 그들은 승려들이 다른 사람들과 같게 되기를 바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