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8694082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7-12-26
책 소개
목차
사랑하고도 불행한
자유연애
Epilogue
리뷰
책속에서
나는 이곳에만 오면 어린애가 됐다. 네가 조금만 다정해도 기뻐하고, 네가 조금만 놀려도 토라지고, 너와 조금만 다퉈도 울면서.나는 이곳에만 오면 옷을 벗었다. 그간 내가 노력해오던 것들을 모두 무가치하게 만들고, 나를 억압하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유일한 유토피아.친구가 있는 동네가 그립지 않았고, 가족이 있는 우리 집이 그립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알고 있는 그곳들은 나를 더 공허하고 외롭게 했다.최소한의 너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이곳을 나는 사랑한다.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러니까 나 사실 그날 그 바다 위를 잊지 못하겠다. 어쩌면 나는 그날 네게 사랑에 빠졌고 그와 동시에 더는 이상으로 너를 사랑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날 그 낯선 감정은 마치 바다의 밀물과 썰물처럼 일정하게 일렁이다 나를 네 안에서 젖도록 내버려 두기도 했고, 거친 바람과 함께 그 속내를 비쳐 나를 혼란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그러니까 나 사실 그날 그 바다 위에서 황홀과 절망을 동시에 만나 너 모르게 고개 돌려 울었다.
가끔은 헤어진 사람의 편지를 읽는다. 새벽 늦게까지 전화를 끊지 않는 나 때문에 “미안해, 아가”로 통화를 마무리 지어야만 했던 그 사람에게 답장을 쓰고 싶어지는 밤.사랑하고도 불행했던 시간에 종지부를 찍고자 이별해놓고 다시 다른 이를 사랑하고 불행해진다. 사랑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은 파멸을 흉내 낼 뿐, 결국 아무도 파멸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