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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694341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9-01-10
책 소개
목차
단어가 감정이 될 때 - 최유수
사랑을 쓰는 삶에 대하여 - 김은비
삶이라는 병명 / 존재의 이유 - 안리타
설원, 백지에 - 김종완
어느 프리라이터의 고백 - 구달
안녕하세요, 김봉철입니다 - 김봉철
우리는 서로의 삶을 한구석 살릴 수 있다 - 강준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최유수
가장 좋은 글쓰기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문장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것은 없다. 솔직한 문장은 위대한 통찰을 담을 수는 없을지 몰라도 누구에게나 좋은 문장이 될 수 있다. 문장 속에서 발가벗고 가장 솔직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아의 파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하게 솔직해지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들 중 하나다. 나 또한 완벽하게 솔직해지지 못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동안 나 스스로에게 매번 묻는다. 이 문장은 진짜 내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지, 애써 포장하거나 거짓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닌지. 시간이 흘러 다시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지. 이 파편들이 정말 나의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김은비
사랑이라는 행위가 의미를 갖는 순간은 서로가 약속한 자리를 지키는 동안만이다. 나의 경우에는 지난 사랑을 하나의 무덤으로 만들어 애도한다. 처음에는 애도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택했지만, 지금은 사랑과 더불어 글쓰기가 나의 전부이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에는 나를 가장 불행하게 하는 힘이 공존한다. 나는 이런 양날의 검이 좋다. 예측불허의 것들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사랑하는 동안에도 글을 썼지만, 사랑을 떠나보내는 순간마저도 글을 썼다. 이런 행위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경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안에 사랑을 참을 수 없었고,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 내겐 그래서 글쓰기와 사랑은 닮은꼴이다. 비록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기억일 테지만 그 기억들이 글자가 되었을 때, 내가 잊어도 누구 하나쯤은 기억해줄 거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했던 내 모습과 내가 가진 사랑의 열정을 이렇게나마 잡아두고 싶다. 영원할 수 없는 환상의 마음은 이런 과정을 통해 영원히 박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