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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88793174
· 쪽수 : 391쪽
· 출판일 : 2018-03-15
책 소개
목차
에피소드18 신데렐라
에피소드19 의운
에필로그
책속에서
출장 수리고 먼 곳으로의 외출이고 뭐고. 지금은 그것보다 유리 조각을 맞추는 것이 더 급했다.
“내일 가면 안 될까? 오늘은 정말 바빠서.”
“수리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몰라 가능하면 빨리 출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저녁 먹고 나서는? 저녁까지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때 출발하면 배를 탈 수 없습니다.”
뭘 타?
“마지막 배편이 오후 5시 50분이라, 늦어도 두 시간 안에는 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길도에서 한 번 더 배를 갈아타고 20분쯤 가야 합니다.”
가야 하는 곳이 섬이야? 그것도 배를 두 번이나 타고 가야 하는 바다 한 가운데의?
유리 조각을 열심히 맞추던 손이 잠시 멈칫거렸다. 바다다.
아마도 예전에 한 번쯤은 가 본 적이 있겠지만 지금 기억하는 바다라는 건 모니터나 사진에서 본 것뿐이다. 지독히 더웠던 지난여름 내내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날씨나 일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그곳.
망상 속에서 유하의 수영복 차림을 잠깐 상상해 보기도 했던…….
아아, 유하를 생각하자 잠시 날아갔던 정신이 현실로 되돌아왔다. 뭘 상상하는 거야, 지금. 어차피 임자 있는 여자인 데다, 지금으로서는 내 기억을 방해하는 ‘누군가’의 첫 번째 용의자라고. 물증이 없을 뿐이지 거의 확신하고는 있지만.
“도령은 바다에 거의 가 본 적이 없어서 이 일이 마음에 드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잠시 딴 생각에 빠진 나를 망설이는 거라고 봤는지 백은호가 슬쩍 말을 던졌다. 백은호답지 않게 어르는 말이 나오는 걸 보니 돈이 꽤 벌리는 일인 모양이었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바다라는 말만 듣고도 이미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끝없고 푸른 물이나 황금빛의 모래사장 같은 것을 상상만 해도 설레는 것이, 바다에 거의 가 본 적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자 유하가 물었다. 그렇지, 참. 이야기를 해야 하지.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더라.
“여기에 있는 거, 싫어?”
3월쯤 잠에서 깨어난 이후로 쭉 지금까지, 변함없이 아무 생각 없는 내 입은 그렇게 질문해 버렸다. 내 질문에 유하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러니까, 내 말은…… 벼, 별로 있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혹시 무슨 다른 이유나, 말하자면, 그러니까, 만일 네가 싫은 거라면…….”
수습하려고 다시 입을 열었지만 이런 소리나 하고 있었다. 횡설수설하는 나를 보고 있던 유하가 조용히 물었다.
“내가 원한다면, 당신을 떠나도 되나요?”
나는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다. 사실은 싫은 게 아닌가라고. 두려워하면서. 하지만 그 생각을 유하의 목소리로 듣게 되었다.
원한다면 떠나도 되느냐고? 그건, 당연하잖아.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을 붙잡아 놓을 권리 같은 것이 내게 있을 리가 없으니까. 원한다면…….
“떠나고 싶어요.”
유하가 다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