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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88793150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18-03-15
책 소개
목차
에피소드9 이름 없는 나무
에피소드10 따님을 주십시오!
에피소드11 금고 속의 아이들
에피소드12 보낼 수 없는
리뷰
책속에서
나는 허리를 숙이고, 요지경의 작고 동그란 구멍 위에 눈을 댔다. 한쪽 눈을 감고 다른 쪽 눈에 초점을 맞추어 내부를 들여다보자 전보다 어두워진 그 안에서, 꿈벅…… 동그란 눈알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을 떼고 싶었으나 간신히 억눌렀다. 눈앞에서 커다란 눈알을 보는 기분이란 정말 기괴했다.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거야 말할 것도 없다. 다만, 거기에 악의나 삿된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요지경에서 멀어지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눈알을 노려보자 저쪽에서도 꿈벅꿈벅 눈을 깜박이며 마주 쳐다본다. 깜박인다는 것은 눈꺼풀도 있다는 거네. 눈알뿐인 것이 아니라……. 그런데 눈알과 눈꺼풀만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것이 웬 눈알인고.”
남자의 목소리로 말을 한다. 보이지 않지만 입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눈알이라니. 눈알 주제에 멀쩡한 사람인 나를 눈알 취급하는 거냐?
“댁이야말로 눈알이잖아.”
나도 모르게 대꾸하자 요지경 안의 눈알이 조금 더 빠르게 눈을 깜박거렸다. 그리고 점잖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 사람은 개라 하오.”
예?
얼토당토않은 소개에 잠시 멍청해졌다. 말하는 걸 보니 사람이나 요괴인데, 개라니 무슨 소리야. 말하는 개?
“도대체 저 여자는 뭐야?”
무엇보다 먼저 그녀의 정체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백은호의 훼방으로 그럭저럭 위기를 넘긴 것 같지만 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뭔가 대책이 없으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다. 무엇보다 중2 녀석 스승의 부인이었다. 그 녀석 앞에서 부끄러울 일은 절대로 벌이기 싫었다.
백은호는 작업 책상 앞으로 돌아와서 이미 미지근해진 차를 한 잔 더 따랐다. 그것을 술 마시듯 들이켠다. 목이 타는 것 같았다.
“길상과(吉祥果)입니다.”
그리고는 이상한 단어로 대답했다.
“그게 뭔데?”
멍청한 얼굴로 묻는 수밖에 없었다. 백은호는 한심하다는 표정도 짓지 않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의 의미를 물으시는 거라면 길상천녀의 어머니인 귀자모신이 들고 있는 과일로, 석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삽화10)
그러니까 그 여자가 석류라는 건가. 음…… 어쩐지 그 붉고 윤기 흐르는 달콤새콤한 열매를 생각하니 그녀와 에로틱하게 어울리…… 왁! 정신 차려라, 김해명! 유부녀라고! 중2 꼬마 스승의 부인이라고!
머릿속의 헛생각을 쫓아내기 위해 고개를 홱홱 돌리는 나를, 백은호는 이번에야말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길상과라면 조금 다른 의미가 되겠지요. 요컨대 길상천녀와 같이, 가까이 두면 복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로부터 인간이 길상과를 얻으면 무병장수하며 재물이 마르지 않는다 하고, 저와 같은 요괴는 요력을 키워 비할 데 없는 강한 힘을 얻게 됩니다.”
뭐야. 인간 로또? 그것도 1등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