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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정치인
· ISBN : 9791188841295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3-12-02
목차
들어가는 글: 길 위의 재봉이, 청원의 밀린 숙제를 찾다
미래를 향한 도전, 지역 발전 개척자들
우리가 하는 일(業)을 연결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能)을 한다
01 : 김해수(오창읍, 스마트경영포럼 회장, 엔터정보기술 대표)……022
병원에 오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예방의학적 물리치료 활동을 더 하고 싶어요
02 : 정강훈 (충북물리치료사협회 회장)……030
직지의 도시, 청주공항의 관문을 고려시대 전통 건축으로
03 : 이일호(내수읍, 도편수 / 한울건축 대표)……038
지역을 상징하는 굿즈를 개발하고 플랫폼을 만들어왔어요
04 : 주희진(내덕동, 디디모션 대표)……045
마을을 체험 농장으로 만들어 농촌 황폐화를 막고 싶어요
05 : 나기복(내수읍, 비중리 이장 / 전 청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052
기업인들이 맘편히 일할 수 있도록 정치하는 분들이 좀 더 잘했으면
06 :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059
언어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은 늘어나는데 충북에는 언어치료사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07 : 김정현(율량동, 올바른병원 언어치료실 실장)……065
청주시의 외딴섬 ‘내수’ 애들을 위한 시설이 없어 화가 나더라고요
08 : 강신정(내수읍, 한울타리 대표)……073
변기를 바꾸면 물 절약과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어요
09 : 이인호(오창읍, SL개발 대표 / 오창 로타리클럽 회장)……079
먹거리로 인연을 맺어주는 사람들
“오창2산단 숨겨진 맛집” 오창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짬뽕집
10 : 이수경(오창읍, 짜장과 짬뽕사이 대표)……088
지역 상인에 도움 안 되는 도시재생사업 재고를
11 : 장삼순(내덕동, 청주대 먹자골목 껍데지 대표)……095
차를 마실 때 색·향·미를 즐깁니다
12 : 김용선(안덕벌, 전통찻집 설연재 대표)……102
사라진 5일장을 이어가려고 해요
13 : 방명헌(내덕 자연시장 5일장상인회 대표)……108
국민들의 삶을 잘 모르고 계신 것 같아요 “주민 친화형 정치인 원해”
14 : 안재룡(우암동, 청주대 먹자골목 왕손큰파닭 동네수을 대표)……113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해요 “생활체육으로서 복싱의 저변 확대 필요”
15 : 이승봉(오창읍, 동양복싱아카데미 관장)……119
원래 청주가 커피의 성지예요
16 : 임수완(내수읍, 가배시광 카페 대표)……124
지도자는 철학이 분명하고 준비된 사람이어야…젊은 지역정치인 양성도 반드시 필요
17 : 송춘호 (오근장동, 바르도 카페 대표)……132
지역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과학자·전문 인력이 지역에 남도록 R&D와 서비스 기능을 확대해야 해요
18 : 노근호(충북테크노파크 전 원장)……140
산업용재 유통 단지화는 상당한 비전이 있어요
19 : 이덕근(사천동, 청주사천산업용재유통단지사업협동조합 전무이사)……148
경력 단절 여성들을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20 : 이정연(오창읍,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팀장)……154
기술혁신과 성장동력이 있는 혁신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해요
21 : 강진아(오창읍, 충북이노비즈협회 사무국장)……161
사회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사회적기업의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어요
22 : 허진옥(내덕2동, 사회적기업 이즘 대표)……168
정치인 중에 농부 출신은 없잖아요
23 : 이정수(오창읍, 농부)……175
마을 일은 사심과 욕심을 버리고 해야 해요
24 : 고상찬(북이면 화상2리 이장)……182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1호로 인증을 받았고, 600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지요
25 : 안재웅(한국YMCA전국연맹 유지재단 이사장)……189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역사를 왜곡하고 국정 주도 세력의 역사의식이 사라졌어요
26 : 장기영(광복회 충북지부 지부장)……198
방사능 오염수를 버리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27 : 서균렬(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204
간호법 제정 국민 건강돌봄을 위해 꼭 필요해요
28 : 이명희(대한간호협회 충북간호사회 회장)……211
간호사가 방문해 만성질환자를 돌봐드립니다
29 : 박은진(우암동, 청주방문간호센터 센터장)……218
우리 같은 단체가 필요 없는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이 오면
30 : 안건수(율량동,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소장)……224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을 위한 추모 공간을 만들어야 해요
31 : 장풍차(안덕벌, 한국전쟁 충북유족회 회장)……231
문화체육공원이 조성되어 생활문화 수준이 개선되면 좋겠어요!
32 : 조홍준(오창읍, SMR 코리아 전 노조위원장)……238
정치인들이 노동자와 소통하는 장이 많아졌으면
33 : 엄항섭(오창읍, 주식회사 녹십자 노조위원장)……246
행복이 커가고 마을 분들이 다 만족해해요
34 : 권순옥, 서명석 (내수읍, 소소다향 마을 대표)……252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돼요
35 : 이용순(오창읍, 쑥쑥어린이집 원장)……261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이들한테 혜택을 동일하게
36 : ○○○(○○국공립어린이집 원장)……267
양관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37 : 안재명(내덕동, 청북교회 원로장로)……274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향한 실천가들
아이들이 해맑게 뛰노는 동네가 잘사는 마을
38 : 인은기(율량동, 전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충북도지부 지부장)……282
아이들이 행복한 돌봄을 위해 지혜를 모아가야 해요
39 : 이미연(주성동, 주성다함께돌봄센터 센터장)……289
청주가 삶의 질이 떨어지는 도시가 되었어요
40 : 김영석(율량동, 충북사회복지협의회 회장)……296
장애인들의 자립 생활을 지원합니다
41 : 박홍용(내덕동, 충북중증장애인복지협회 회장)……303
25년 동안 청주 한센인들을 돌봐왔지요
42 : 정상구(내수읍, 소망교회 목사)……309
장애인 보충적 급여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43 : 장재영(우암동, 담쟁이 장애인보호작업장 과장)……316
겸손한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44 : 박종일(오창읍, 주중교회 목사)……325
희망을 품고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가야 해요
45 : 반영억(내덕동, 주교좌 성당 주임신부)……333
율량사천동에는 보건시설이 충분치 않아요
46 : 신홍식(율량동, 율량사천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333
새로운 보건복지 모델을 만들어야 해요
47 : 권용정(율량동, 청주북부복지관 부장)……345
저자와의 인터뷰 : 길 위의 재봉이에게 청원의 미래를 묻다
길 위의 재봉이 정치에 민심을 더하다……353
인터뷰어 : 방송인 이병철 (KBS청주 MC)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말
윤석열 정부 1년 6개월, 상상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극단적 대결 구도 속에 대화가 단절되고, 소통과 공감의 수단인 말이 공격의 무기가 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더 긴밀하게 접촉하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공감적 소통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
‘정권을 빼앗긴 줄 알았는데 나라를 빼앗겼다, 눈 떠보니 선진국에서,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되었다’는 자조적인 말이 유행하는 지금,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토 달지 않고 긍정하며 잘 들어주기만 해도 답답한 마음의 병이 상당 부분 치유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면 첫 인사가 “나 이제 TV 안 봐요.”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 있기에 나와 같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임은 쉽게 예측되는 일이었다.
내가 직접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시민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까운 주변 분들과 상의했더니 모두 공감하며 지지해 주었다. 최상일 후배는 직접 동행하며 사진도 찍어주고 글도 함께 풀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한 분 한 분 만남의 시간이 축적되고 다양한 경험 속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흐릿했던 지역사회 문제의 본질이 조금 선명해지기도 하고, 나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을 믿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겸손이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가슴으로 끌어내리는 학습과 성장의 과정이 되었다. 모든 삶은 위대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행복했다.
지난 1년 동안 제일 즐겁고 보람 있었던 일을 꼽으라면 단연 ‘길 위의 재봉이’란 이름으로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47인의 시민을 만나는 것이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소비되는 시대를 살다 보니 관계의 단절, 공동체적 유대의 약화, 깊이 있는 대화의 부재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대화와 소통의 단절로 힘들어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거래가 대세가 되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아날로그적 감성에 목말라하는 역흐름도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구석구석 발품을 팔아, 위대한 평범을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을 깊이 있게 만나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긴장감과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그가 살아온 인생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참으로 각박하고 살벌하다. 온갖 범죄, 폭력, 사기, 살인, 부패, 비리, 파괴, 전쟁 등 어느 작가의 말처럼 두 번 다시 살고 싶지 않은 세상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내가 찾아가서 만난 분들은 한결같이 마음이 따뜻하고 이웃 간의 정을 나누며 나와 가족의 이익을 넘어 세상에 기여하는 것에서 보람을 찾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미디어가 세상의 어두운 면을 과도하게 부각하면서 더 많은 밝은 면을 외면하게 만드는 역기능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절망스럽고 내가 하는 일이 성에 차지 않아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세상의 변화를 위해 고민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좋은 세상 설계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있다. 좋은 세상 설계자는 가정, 직장, 선술집, 시민사회, 스포츠 동호회 등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자신이 살아가는 현장에서 더 나은 사회, 더 따뜻한 가정,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을 들이지 않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였다.
몇몇은 정치적인 시선에 부담을 느껴 만나는 것은 좋지만 인터뷰는 정중하게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흔쾌히 만남을 수락해 주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듣는 경우는 많아도 나 자신의 성공과 실패 스토리를 이야기할 기회는 많지가 않기에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정치하겠다는 사람이 찾아다니며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시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많았다. 아무런 사전 질문 없이 그냥 만나서 즉석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이었다.
대담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이런 저런 대화 속에 상대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나 또한 거의 대부분 삶을 돌아보면 인터뷰를 당하는 입장에서 살아왔는데 내가 질문하고 답을 듣는 과정에서 새롭게 배우는 것이 참 많았다. 대담이 끝나고 나면 인터뷰어와 오랫동안 사귄 지인처럼 한결 가까워진 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관계는 함께한 시간보다 얼마나 그의 삶에 집중하는지에 따라 달라짐을 알 수 있었다.
사전에 질문지를 만들고 답변을 받아보고 만났다면 보다 더 구체적이고 정교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미리 고민하고 준비한 말보다 평소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시민이 평소에 느끼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자신이 관련되어 있는 업종에 대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어떤 고민이 있는지, 어려운 난관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해내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특히 정치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것이 바뀌면 좋을지에 대한 답변도 궁금했다.
만나는 사람을 선정하는 기준은 다양성이었다. 가능하면 여러 분야, 여러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찾고자 했다.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났다. 서로 다른 이종집단의 연결은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는 기능을 한다. 여야, 지역, 세대, 출신을 구별하고 배척하지 않고 서로가 연결될 때 우리는 더 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2020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엘데라’라는 플랫폼은 전 세계 5~18세 어린 세대들이 60세 이상 시니어 멘토와 1:1로 연결되는 버추얼 빌리지이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를 연결하는 것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성숙 또는 노년 꼰대라는 편견에 함몰되지 않는 것은 열린 만남의 과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역사회가 공감적 경청의 문화를 확산해 나간다면 청주 청원 주민이 전국에서 대화가 가장 잘 통하고 소통을 통해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
정치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 평범한 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약자와 눈물을 함께 흘리며 사회 불평등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권력과 돈이 있고 명예가 있는 힘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주장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난한 서민들은 어려운 일이 닥쳐도 무엇 하나 제대로 기댈 곳이 없다. 정치인은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말하기 어렵고 일상의 고단한 삶에 지쳐 급속한 사회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분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또한 국민의 정치참여를 촉진해서 시민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개별 시민들이 직면한 문제를 정치인이 선제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각성하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고 참여의 방법을 매개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이 말했듯이, ‘교수보다 농부가’ 더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다. 교육받은 중산층들은 편견과 고정관념, 허위의식에 더 잘 빠지고 편협한 이데올로기에 더 취약하다. 그러나 평범한 시민은 공허하고 작위적인 관념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일상’, 그리고 그 속에서 배어나오는 삶의 지혜를 통해 배울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정치를 지향한다면 평범한 시민의 일상적 삶의 관점에서 말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도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다수는 자산과 소득이 적고 가난하며 공적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는 그들을 위한 정치체계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 가운데 하나는 민주주의가 잘 안 되는 이유를 민도에서 찾는 것이다. ‘한 사회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시민의 수준이 결정한다’라든가, 국민의 의식 수준이 이 모양이라 좋은 정치가 안 된다는 식으로 한탄하는 말을 자주 듣고 접하며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현대 정치학은 ‘좋은 정치가 좋은 시민을 만든다’는 자각에서 시작된 학문이다. 정치의 역할은 시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하는 데 있다. 정치를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시민의 살림살이가 좋아지는 사회로의 이행 가능성을 확장하고 이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꿈꾸게 하고 행동하게 할 가능성을 높이는데 있다. 따라서 좋은 정치는 시민의 정치의식과 수준, 사회를 보다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어 시민적 판단의 질과 수준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지금 우리 정치인의 입은 너무도 거칠고 과격하다. 정치적 공격이 타협과 조정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망각하고 상대를 제압하고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끝없이 날카로운 비수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 정치가 반대편의 주장도 인내하고 경청하는 것, 상대편을 공격할 때도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하는 것, 마지막까지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을 시도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
진실하지 않은 사람을 믿고 자신의 권리를 맡기고 싶어 하는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또한 성실하지 않으면 유권자의 믿음과 신뢰를 얻기 어렵다. 모든 정치인에게 있어 성실은 기본 덕목이다. 국가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주장하고 싸우는 헌신적인 자세, 유권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중요하다. 시민이 원하는 일을 성심껏 행하지 않고 선거 때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도둑심보가 아닐까?
절실함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힘이다. 내가 경험한 정치의 영역은 따뜻함도 있지만 제한된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우군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싸워야 하는 정글의 영역이기도 하다. 매순간이 두렵고 자신에게 적대적인 시민과 웃으며 만나야 하는 3D 업종 중 하나이다. 내부 경쟁이 더 어렵고 정신적인 타격을 받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가 ‘두려움을 이기는 힘은 간절함이다’라는 말이다. 정치활동은 국가로부터 위임된 제도적인 공적 권한을 가지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공적 지위를 획득하는 일이다. 따라서 국민 다수의 이익이자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공적인 일을 한다는 공공성의 가치를 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원구에 거주하는 각계각층의 시민을 만나면서 들었던 생각은 시민이 원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그리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선거 때만 얼굴 비추는 국회의원, 단체장이 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평소에 상시적으로 틈나는 대로 시민이 모여 있는 현장에 와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자기 잘 났다고 혼자 대화의 주제와 내용을 독점하지 말고 조금 부족하거나 불충분한 정보에 근거해서 이야기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경청하라는 것이다. 경청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민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길 위의 재봉이가 ‘청원의 밀린 숙제’를 받아 안았다. 47인의 진솔한 이야기 속에 그동안 해결되었어야 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과제와 난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내수·북이·오창으로 이어지는 소각장, 축산 악취, 전투기 소음, 난개발 등 환경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과 경제는 크게 발전하고 있지만 주민이 가고 싶은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고,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지역을 떠나는 문제도 여전하다. 여가·관광·체육·문화·인프라는 부족하고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추진 계획은 부재하다. 도심공동화로 아이와 청년이 사라진 구도심의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새로운 지역특성을 살린 전통시장과 로드상권의 재활성화도 과제이다. 고령사회에 대비한 지역사회 기반 복지와 건강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방문 진료, 간호, 물리치료 등 새로운 시도와 접근법이 필요함도 확인하였다. 도시와 농촌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도시농부, 마을 축제, 체험농장 등을 확대하여 정주인구와 관계인구의 확대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첨단산업과 농업, 도시와 농촌, 신도심과 원도심이 공존하는 지역사회의 장점을 찾아서 실질적인 일을 통해 상생의 가치, 협력의 가치, 연대의 가치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들이 고마웠다. 과거사, 이주노동, 노동조합 등 퇴행하는 정부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권·평화·노동 존중 사회의 비전을 고민할 수 있었다.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성직자,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들은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제도 기반과 재정적인 지원의 안정성,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청원의 숙제를 받아든 어깨가 무겁지만 감당해야 할 짐이라 생각한다. 대전환의 새로운 시대, 새로운 관점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숙제를 잘 풀어갈 수 있도록 선배들이 경험과 지혜를 보태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이야기도 많았다. 인재는 스스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멀리 보고 지역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지역 정치권은 이러한 선순환의 문화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은 새로운 길…’을 생각하며 시민과 함께 어깨를 겯고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겠다. 이 책에 실린 47인의 인터뷰는 결국 내가 온 길이고 또 앞으로 극복하며 걸어가야 할 미래의 길이란 생각이다. 각자의 인생길에서 만나 풀지 못한 숙제를 찾아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심정으로 시민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시원한 정치를 만들어가고 싶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첫 번째 공로자는 인터뷰에 응해주신 47인의 시민들이다. 그리고 새로운 인터뷰 대상자를 물색하고 섭외하는 일에서부터 인터뷰한 내용을 다듬고 풀어내는 과정에서 함께 시간과 공을 나눠주신 최상일, 윤영희, 민진숙, 박정연, 조영숙, 안병선, 안대현, 신석우 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또한 책을 구상하고 내용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 아이디어를 보내고 내용을 보완해준 아내 김인순, 딸 소연, 아들 준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새로운 길을 걸어가며
2023년 12월 송재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