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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91189171674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역자 서문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기 전에
『햄릿』을 읽기 전에
햄릿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햄릿』을 읽고 나서
셰익스피어 연보
책속에서
호레이쇼 그래, 그것이 오늘 밤에도 나타났는가?
바나도 아직 아무것도 못 봤네.
마셀러스 호레이쇼는 우리가 헛것을 본 거라며
우리가 두 번이나 본 그 무서운 몰골을
도무지 믿으려 하질 않네.
그래서 오늘 밤 같은 시각에
우리랑 같이 보초를 서자고 졸랐네.
그 망령이 다시 나타나면
우리말도 믿고 유령한테 말을 걸어 볼 수도 있겠지.
호레이쇼 쳇, 나오긴 뭐가 나와?
바나도 앉게,
한 번 더 얘기해 볼 테니.
우리가 이틀 밤이나 보고 하는 얘기를
전혀 믿으려 하지 않으니.
호레이쇼 좋아. 앉아서 바나도 얘길 들어보세.
바나도 바로 어젯밤에
서쪽 하늘에 있는 바로 저 별이
지금 빛나고 있는 바로 저쯤에서 빛나고 있을 때
마셀러스와 내가,
한 시를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면서―
유령 등장
마셀러스 쉿. 저것 봐, 또 나타났어.
바나도 돌아가신 선왕 폐하와 똑같은 모습으로.
마셀러스 호레이쇼, 자넨 학자이니 말 좀 걸어 보게.
레어티즈 필요한 것들은 다 실었다. 잘 있어라.
동생아, 순풍을 타고 오는
배편이 있거든 잠만 자지 말고
소식 좀 전해 줘라.
오필리어 그걸 의심하세요?
레어티즈 햄릿 왕자님이 네게 보이는 사소한 호의는
한 때의 기분이요, 젊은 혈기의 장난으로 여겨라.
이른 봄에 피는 제비꽃은 일찍 피지만
영원하지 않고 향기로우나 오래 가지 못하니
한순간의 향기요, 일시적인 위안일 뿐,
그뿐이다.
오필리어 정말 그뿐일까요?
레어티즈 그뿐이라고 생각해라.
인간은 자라면서 근육과 몸집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육체가 커지면
그 속에 깃든 마음과 정신도 함께
자란단다. 지금은 햄릿 왕자님이 널 사랑하겠지.
그리고 지금은 그 어떤 흑심이나 흉계가
그의 진심을 더럽히지 않을 거야. 그러나 그분의
막중한 지위와 그의 의지가 그 자신의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타고난 신분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분이니까.
그분은 하찮은 사람들처럼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단다. 온 나라의 안녕이
그분의 선택에 달려 있으니.
햄릿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견디는 것이 장한 일인가.
아니면 고통의 바다에 맞서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이 옳은 일인가. 죽는 건― 잠자는 것.
그뿐 아닌가. 잠이 들면 마음의 상심도,
육신이 물려받는 수천 가지 고통도 끝난다고들 하지.
그것이 모두가 바라 마지않는
마무리 아닌가. 죽는 건 잠자는 것.
잠이 들면 꿈을 꿀 테지. 아, 그것이 문제구나.
우리가 이승의 고통을 버리고
죽음이란 잠을 잘 때, 어떤 꿈이 찾아올지 모르니
주저할 수밖에. 바로 그것 때문에
이리 오래 사는 재앙을 겪는 게지.
그런 주저가 없다면 누가 세상의 채찍과 모욕,
폭군의 횡포와 거만한 자의 오만불손함,
무시당한 사랑의 고통, 법의 지연,
관료들의 오만방자함, 인내심 갖춘 자가
하찮은 이들에게 받는 멸시를 참겠는가.
그저 칼 한 자루로 모든 것을 끝장낼 수
있는데? 그 누가 무거운 짐을 지고
이 지겨운 삶을 신음하며 진땀 흘리며 살겠는가.
죽은 뒤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
한번 가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미지의 나라가 우리의 결심을 혼란스럽게 해서
알지 못하는 저세상으로 가느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환란을 견디게 하는 거지.
그렇게 분별심이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어
결단이 지닌 생생한 혈색은
사색의 창백함으로 그늘져서
아주 뜨겁게 타올라 실행하던 계획이
이 때문에 방향을 바꿔
실천력을 잃는 거지. 가만,
아름다운 오필리어가. 그대 숲의 요정이여,
기도할 때 내 죄도 빌어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