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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282219
· 쪽수 : 128쪽
목차
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어디론가 기울기 위해 서성인 것이 아니다
015 별
016 이상理想
017 4월
019 사거리는 숲이 되었다
020 목련
021 푸른 비
022 느린 우체통
023 저녁을 주무르다
024 앓는 오후는 날마다
026 딜레마
027 오진
028 주저하다
030 늙은 나무
032 모서리의 우화
033 경건한 잠
034 첫 울음
036 시詩
037 끝까지 피운다는 것에 대하여
038 자작나무 정류장
040 갈증 1
____ 제2부 그늘을 꽃피우는 시간
045 야학교실
046 발목
047 끈
049 B 613호
051 그 겨울
053 저물녘이 더 붉다
054 미생
055 저녁과 밤 사이
057 메아리를 기억하다
059 무너지는 불길
060 The fifth season
062 엘랑비탈
064 일기
066 그늘을 자르는 시간
068 얼굴
069 집 안에 갇힌 여자 1
071 집 안에 갇힌 여자 2
072 집 안에 갇힌 여자 3
073 집 안에 갇힌 여자 4
075 집 안에 갇힌 여자 5
____ 제3부 순록을 찾아서
079 쩌걱쩌걱
080 잡초
081 낙타
082 한겨울
083 호롱불
085 까막눈이
087 텃밭이 서럽다
089 소통의 질량
090 집 밖에 갇힌 남자 1
092 집 밖에 갇힌 남자 2
094 집 밖에 갇힌 남자 3
096 집 밖에 갇힌 남자 4
098 집 밖에 갇힌 남자 5
100 아버지의 집
102 순록을 찾아서
104 어쩌면 따듯한 가슴이 있지 않을까
105 갈증 2
106 멀리 피는 꽃
108 아버지를 읽다
110 P.M 11詩
111 해설 | 내면에 잠복한 극명한 파장(波長) | 마경덕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늘을 자르는 시간
차다, 커튼을 열자 창유리에 꽉 찬 빛들이 부서진다
그늘 안으로 쏟아지는 빛살들, 홀씨의 방,
예리하게 파인 책상의 생채기를 하얗게 일으켜 세우고
부러진 심장의 연필을 깎았다
거꾸로 꽂힌 책, 점들의 틈이 꼬여진 수직과 곡선
일그러진 이름표마다 천천히 온기가 모여들었다
습기 찬 계단을 타고 한낮의 먹구름들이 우르르 몰려 왔다
하루치의 빛을 모으는 시간, 초록이 되자 꽃빛이 되자 빨강이 되자
찰진 햇볕이 들어선 씨방 속에서도 자신의 색을 복사하지 못하는
젖은 이끼들에게 밑줄을 긋게 하였다
식지 않는 미열에 식은 땀을 닦으며
반쯤 눈을 뜨고 지켜보는 일이 잦았다
간혹, 홀씨 하나가 검은색 꽃 문을 열기도 하였다
그림자들이 돌아간 저녁이면 부은 발등 아래로 붉은 허기가 몰려들었다
빛의 분별력은 점점 흐릿해져 갔다
어둠의 깊이는 햇볕의 양식이 되지 않았다
책을 펼치자 바랜 한숨과 의미를 잃어버린 글자들이 흩어진다
빛을 읽어내는 호흡, 밤마다 잠들지 못하는 꽃잎의 눈꺼풀이 무겁다
적요의 방, 그늘에 갇힌 불빛 하나가
홀로 조금씩 아름다운 시간으로 자라고 있다
P. M 11詩
눅눅한 구름의 부음에도 무너지지 않던 오후
결국 장마는 아득하게 내려
몇십 해 나이 속에 쟁여 둔 어둠은
사막, 빨간 스웨터 여우가 되어 사구를 꿈틀거리는
p.m 11詩 퇴근길은 현실이 된다
빈틈없이 비 맞는 사거리에서
빛 찾는 길들
빛은 젖고
젖어,
그늘은 죽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