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282394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2-11-15
목차
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당신이 되는 계절을 넘기지 못해 죄를 앓는다
013 물멍
015 주름
017 장승
019 죽은 구름
020 카멜레온
022 황홀한 재앙
025 겨울과 여름 사이
027 바닥의 감정
029 늑골 하나
030 0
031 변명
032 경건한 잠
034 모래의 모레
035 검푸른 하늘 하나로…
037 심장의 색으로
____ 제2부 바람의 끝에 닻을 내려 아스라한 곳을 좇아
041 무기수
042 흰 플라스틱 우두커니 찬,
044 몰려오는 여름
045 도깨비바늘
047 다리 없는 구름아, 안녕
049 반지하
051 거머리
053 다리 밑에 움막을…
055 터널
057 백야
060 떠발이
062 꽃잎
064 염이
066 처음과 끝 페이지
068 바람의 바람
____ 제3부 나는 가끔 방아쇠의 손가락을 건다
073 여자의 동굴
074 애쑥별곡
076 하회탈
077 프랑켄슈타인 증후군
079 비어있는 비율엔 바람이 잦다
080 범종의 저녁
082 달의 씨받이
084 여자의 여름
088 송화
089 꽃뱀
091 흰상사화
093 향수의 여왕
096 우화
098 몸
099 이어서는
____ 제4부 절름발이 그 아이
103 정자
105 이새
107 붉은 살조각
109 쌘-비구름
112 앉은뱅이
114 스물두째 별자리
117 동천아
119 쇠갈고리
121 소수점 아래 셋째 자리
122 유리알 거울
123 호소문 한 장
124 절름발이 그 아이
127 마당을 나간 집
129 정자마을에서 띄우는…
131 노숙
132 해설 | 존재론적 분열상과 일상에서 걸러진 영원 | 송기한
저자소개
책속에서
물멍
농도 짙은 산영에 멍울을 적시고 앉아 아름답게 무너지는 색色을 만나고 싶다
바람을 잔뜩 들이고 노을에 길을 잃고 싶다
아가미 되었다가 허파 되었다가 흘러 다니다가 역류한다 저 문장 속엔 부레가 있다 아니 지느러미 없다 안개가 있다 떠다니는 검은 눈동자 보이지 않는다 구겨진 마음 펼 수 없어 한동안 애를 먹는다
깊을수록 외롭지 않은 사랑이 있나
속으로 흐르는 시간은 불안이 출렁일 때가 많다
여기 파랑波浪이 일고 있다 ‘안녕’을 고하는 당신의 늪
고요해질 때까지 물결의 울음은 그치질 않는다
하늘은 호수에게로 건너간다 호수는 파랑으로 온몸 물들인다 그들의 마주 보는 세월이 조용히 깊고 넓게 맑아진다는 사실 그때는 몰랐다
당신이 되는 계절을 넘기지 못해 죄를 앓는다
우리는 구름이 중요하고 간절하고 추억은 차갑고 결핍은 결핍을 먹고 자라고 부재는 가장 바깥쪽으로 기울고 숨은 희미해지고 해는 조용히 시들고 강은 평온을 준비하고 저녁은 최선을 다해 헐렁해지고
떠발이
장기의 안과 밖을 떼었다 붙였다
한생 벽관 수행해 온 타일 시공자
타일 등뼈에 망치를 두드리며
피침을 한 손에
들고
물고기의 가시와 녹슨 장미가 허물지 못하도록
속 깊은 데까지 말갛게 드러내지 못하도록
꽃다운 노모 속으로 바닥의 내장을 밀어 넣는다
망치의 두개골에 타일을 두드리며
한 손에 피침을
들고
늙은 청춘 속으로 벽의 허파를 밀어 넣는다
암 덩어리를 해부한다
하수구 도랑의 하얀 물 알갱이가
화장실 물관을 빠져나가는 극야
이제 그는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핀란드의 친구들은
자작나무의 구명을 호소하기 위해 그를 여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