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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91189433079
· 쪽수 : 184쪽
책 소개
목차
비 7
가을의 끝 11
불쌍한 어부들 15
고사리 럼주 17
오디 19
과일상자 23
양초 25
담배 27
오렌지 29
굴 35
문의 즐거움 37
나무들이 둥근 안개 속에서 해체된다 39
빵 41
불 43
계절의 순환 45
연체동물 49
달팽이 53
나비 65
이끼 67
해안가 69
물 77
고깃덩어리 83
체조 선수 85
젊은 엄마 87
R. C. Seine n° 89
쇼세 당탱 거리, 르므뉘에 식당 97
조개껍질 비망록 107
상점 셋 117
동물과 식물 121
새우 139
식물 147
조약돌 153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178
리뷰
책속에서
나무들을 에워싼 안개, 잎이 나무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팔월 무더위의 집착이 줄어든 이래 나뭇잎은 진즉 더딘 산화작용에 당황하고, 꽃과 열매에 필요한 수액이 빠져나가 손상된 상태.
나무껍질에 수직으로 팬 골을 따라 습기가 바닥으로 흘러내려, 줄기의 살아 있는 부분에는 관심이 미치지 않는다.
꽃잎이 흩어지고 열매가 떨어져 나갔다. 아주 어릴 적부터 살아 있는 뭇 특성과 제 몸뚱어리 일부에 대한 포기가 나무들에게는 익숙한 훈련이었던 것이다.
_〈나무들이 둥근 안개 속에서 해체된다〉 전문
단번에 그토록 땅에 붙고 그토록 뭉클하면서도 그토록 느리고, 그토록 점진적이면서도 그토록 땅을 벗어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나 죽고 대홍수가 찾아들든 무슨 상관이랴, 한 번의 발길질에도 어디로든 굴러갈 수 있는 나이건만. 분명컨대 나는 다시 바로 서고 다시 땅에 붙으니, 운명에 의해 내가 쫓겨나서 먹이를 찾을 그곳 ? 대지다, 가장 보편적 양식이다.
_〈달팽이〉 부분
바다는 한계 직전까지 거듭해서 굽이치는 단순한 사물이다. 하지만 자연의 가장 단순한 사물들이란 끝에 가서는 언제나 갖가지 형태를 내보이고 갖가지 수작을 부리기 마련이며, 가장 두터운 사물들은 결코 어떤 식으로든 감퇴를 겪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을 숨 막히게 만드는 광막함에 앙심을 품고, 그 거대한 것의 가장자리나 교차점으로 돌진하여 그것을 정의 내리려 한다. 왜냐하면 이성은 획일성의 품 안에서 위험스레 요동치며 희박해지므로, 개념이 결핍된 정신의 경우 외관이라도 우선 갖추어야 하기에.
_〈해안가〉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