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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중국사 > 중국근현대사(아편전쟁 이후)
· ISBN : 9791189433222
· 쪽수 : 364쪽
· 출판일 : 2021-02-05
책 소개
목차
1장 서론
1. 1. 중국의학과 근대국가의 조우
1. 2. 전통과 근대의 이분법을 넘어
1. 3. 공진화적 역사를 향하여
1. 4. 중국의 근대성
1. 5. 근대성 담론
1. 6. 비려비마
1. 7. 용어들
2장 주권과 현미경: 1910~1911년 만주 페스트 방역
2. 1. “페스트는 전염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믿지 못하겠소”
2. 2. 폐페스트 대 선페스트
2. 3. “4,000년 동안 가장 잔혹했던 경찰”
2. 4. 중국의학의 도전: 홍콩과 만주
2. 5. 추안란: 감염자 간의 연결망과 그 확장
2. 6. 유행병을 피해서
2. 7. 국제감시체계의 일원이 되다
2. 8. 결론: 만주 페스트의 사회적 특성
3장 의료와 국가 연결하기: 1860~1928년 선교의료에서 공중보건으로
3. 1. 선교의료
3. 2. 서양의학의 지위: 청말과 메이지 일본
3. 3. 1세대 서의의 등장
3. 4. 공공사업으로서의 서양의학
3. 5. “공중보건: 대규모 사업을 벌이기에 아직은 때가 이르다”, 1914~1924
3. 6. 위생부와 ‘근대 정부의 의료에 대한 의무’, 1926~1927
3. 7. 결론
4장 중국의학과 서양의학의 관계를 상상하다, 1890~1928
4. 1. 1890년대 말 중국의학과 서양의학의 회통
4. 2. 경맥과 혈관의 불통
4. 3. 위옌과 셋으로 나누어진 중국의학
4. 4. 대결 장소를 피해서
4. 5. 에페드린과 ‘국산 약물의 과학 연구’
4. 6. 중국의학에서 경험 전통을 만들어내기
4. 7. 결론
5장 중국의학 혁명과 국의운동
5. 1. 중국의학 혁명
5. 2. 중의학교의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
5. 3. 중국의학의 폐지: 1929년의 제안
5. 4. 3월 17일의 시위
5. 5. ‘국의’의 양면적 의미
5. 6. 난징에 파견된 중의 대표단
5. 7. ‘국의’의 상을 그리다
5. 8. 결론
6장 1930년대 상하이 보건의료의 시각화
6. 1. 상하이의 의료 환경에 대한 도해를 읽다
6. 2. 서양의학: 통합과 경계 긋기
6. 3. 중국의학: 분열과 파편화
6. 4. 중국의학의 체계화
6. 5. 결론
7장 동사로서의 과학: 중국의학의 과학화와 잡종의학의 부상
7. 1. 국의관
7. 2. 중국 과학화 운동
7. 3. 중국의학의 과학화를 둘러싼 논쟁: 세 가지 입장
7. 4. 기화를 버리고 과학화를 택하다
7. 5. 과학화를 거부하다
7. 6. 중국의학의 재조립: 침구와 축유
7. 7. ‘잡종의학’의 도전
7. 8. 결론
8장 세균 이론과 ‘변증론치’의 전사
8. 1. 감염병의 존재를 알아보시겠소?
8. 2. 신고 대상 감염병
8. 3. 질병 분류의 통일과 장티푸스의 번역
8. 4. 중국의학에 세균 이론을 녹여 넣기
8. 5. 병증 대 질병
8. 6. ‘변증론치’의 전사
8. 7. 결론
9장 정치 전략으로서의 연구 설계: 항말라리아제 신약 상산의 탄생
9. 1. 상산 연구라는 이례적 사례
9. 2. 국산 약물의 과학 연구
9. 3. 1단계: 문턱을 넘기
9. 4. 추씨 부인의 치험례
9. 5. 2단계: 상산의 새로운 연결망
9. 6. 상산의 정체를 확인하다
9. 7. 두 가지 연구 절차: 1 -2 -3 -4 -5 대 5 -4 -3 -2 -1
9. 8. 역순 연구 절차: 5 -4 -3 -2 -1
9. 9. 정치 전략으로서의 연구 절차
9. 10. 결론: 지식 정치와 가치 체제
10장 국가의료와 중국 향촌, 1929~1949
10. 1. 중국 의료의 문제를 정의하다
10. 2. 중국 향촌을 발견하다
10. 3. 딩현의 공동체 의료 모형
10. 4. 국가의료와 중화의학회
10. 5. 국가의료와 지방자치정부
10. 6. 보건원 제도의 폐지 문제
10. 7. 향촌을 위한 중국의학
11장 결론: 근대 중국의학을 생각하다
11. 1. 의학과 국가
11. 2. 가치의 창조
11. 3. 의학과 중국의 근대성: 국민당과 공산당
11. 4. 중국의학과 과학기술학
감사의 글
주
찾아보기
책속에서
‘중국의학의 생존’과 ‘근대 의학의 발전’이라는 이원화된 역사관을 넘어서기 위해, 나는 중국의학과 서양의학, 그리고 국가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그리고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상호작용을 드러내기 위해 서로 무관하다고 여겨졌던 세 갈래의 역사, 즉 중국 서양의학의 역사, 중국의학의 역사, 그리고 국가의 정치사를 하나로 통합했다. 나는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세 갈래의 역사를 공정하게 다룰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상이한 범주에 속하며, 따라서 실질적으로 동떨어졌으리라 간주되던 여러 역사적 실체 간의 놀라운 동맹 관계를 밝혀낼 수 있었다.
중국의학은 20세기 전반기를 거치며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중국에 존재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새로운 생각과 인공물, 사람, 제도를 마주했다. 앞으로 다룰 몇 가지를 예로 들면 현미경, 증기기관, 《그레이 해부학Gray’s Anatomy》, 세균 이론, 근대적 병원, 사회 조사, 위생부, 록펠러 재단, 전문가주의 등이다. 중의들은 이와 같은 근대 세계의 여러 측면 앞에서 충격을 받거나 위협을 느꼈고, 때로는 매혹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근대성 담론’보다 근대 중국의학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없었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근대국가뿐이었다. 근대성 담론은 중국의학과 과학을 화해 불가능한 대립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고, 이로써 중국의학을 옹호하거나 개혁하려던 이들에게 힘겨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영어에는 이런 표현이 없으므로 비려비마라는 말의 기원과 의미를 먼저 설명하는 편이 유용할 것이다. 이는 2,000년 전의 역사서인 《한서漢書》에서 처음 쓰인 문구이다. 오늘날의 신장 지역에는 구자국龜玆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이곳의 왕은 한나라의 문화를 너무나 동경한 나머지 신하들에게 한나라풍으로 궁궐을 짓고, 한나라풍으로 옷을 지어 입으며, 한나라풍의 의례와 제도를 도입하라고 명했다. 그러자 구자국의 사람들은 “나귀처럼 보여도 나귀가 아니고, 말처럼 보여도 말이 아니니, 구자국의 왕은 그저 노새일 뿐”이라며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처럼 여기에는 왕이 한나라와 구자국 모두의 문화적 전통을 배반했다는 뜻이 담겨 있고, 그런 의미에서 비려비마는 경계를 가로지르는 문화적 통합에 대한 강한 반감을 담아내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