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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가
· ISBN : 9791189716011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19-12-02
책 소개
목차
리하르트 바그너
부록
보들레르 _ 바그너에게 보낸 편지
베를리오즈 _ 리하르트 바그너의 콘서트. 미래의 음악
테오필 고티에 _ 〈탄호이저〉, 리하르트 바그너 씨의 낭만적 3막 오페라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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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리하르트 바그너가 테아트르 이탈리앵 무대에서 그가 작곡한 몇몇 곡을 발췌 연주한다는 벽보가 나붙자마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재미있는 일이 하나 일어났다. 무슨 일이든 깊이 생각하고 검토해보기도 전에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입장부터 정하려 드는 프랑스 사람들의 본능이나 다름없는 욕구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었다. 어떤 이들은 경이롭다고 했고, 다른 이들은 자기들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작품을 악을 쓰고 비방하기 시작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situation bouffonne)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알지도 못하는 주제를 두고 그토록 옥신각신했던 일은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바그너 콘서트가 열린다는 것은 가히 교조敎條들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고였다. 비평가, 예술가, 청중이 제각기 입에 게거품을 물고 벌이는 혼전이, 숙연하기까지 한 음악 예술의 발작이라고 할 것이 그곳에서 드러날 판이었다. 물론 그런 발작은 한 국가의 정신이 건강하고 풍요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빅토르 위고의 저 위대했던 문학 전투의 날들이 지난 후 그런 경험을 잊어버렸다.
바그너는 정말 과감하게도 콘서트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기악 솔로, 성악곡, 기교를 과시할 수 있는 부분도 모두 뺐다. 화려한 기교와 곡예에 가까운 열연에 열광하는 청중은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데도 말이다. 프로그램에는 관현악 합주곡과 합창곡만 들어갔다. 사실 말이지 정말 격렬한 저항이 일었다. 그런데 그러던 청중이 빠져들기 시작하더니,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몇몇 악절에 이르러 음악의 뜻이 명확히 표현되었음을 느꼈을 때 갑자기 열광했다. 바그너는 결국 오로지 자기 음악의 힘만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 순간, 그러니까 첫 콘서트부터 나는 바그너의 유례없는 이 작품들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해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나는 어떤 정신의 작용을 강하게 느꼈는데(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이는 계시와도 같은 것이었다. 너무도 엄청나고 너무도 강렬한 관능을 느꼈던 것이라 어쩌지 못하고 자꾸만 그리로 되돌아가고만 싶었다. 그 경험에는 내가 베버와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알게 되었던 많은 것이 들어 있지만 나로서는 정의할 수 없는 무언지 모를 새로운 것도 있었다. 그 새로운 것을 정의할 수 없다는 데 나는 화가 날 지경이었지만 동시에 호기심도 생겼고, 이런 두 감정에 기이한 감미로움이 섞여들기도 했다. 며칠 동안, 또 오랫동안 나는 “오늘 저녁 어디에 가면 바그너의 음악을 잘 들을 수 있을까?” 하고 중얼거리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