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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이론/음악사
· ISBN : 9791189716141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21-09-10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_ 음악 평론가 버나드 쇼 05
제1부 _ 음악평론이라는 일
‘코르노 디 바세토’가 듣고 기록한 《런던 음악계, 1888-1889》의 서문 19
평론과 자살 69
파괴적인 힘 71
개인적 원한 74
전문적 분석 77
그저 들을 일이로다 81
선거 유세 86
장송 행진곡 92
제2부 _ 주요 레퍼토리
모차르트
〈돈 조반니〉 99
모차르트 서거 100주기 110
듣기 좋은 시시한 소품들이라고? 122
그의 부드러움 126
모차르트와 베토벤 129
베토벤 서거 100주기 131
1892년, 로시니 탄생 100주년 140
베버의 〈마탄의 사수〉 148
베를리오즈
〈파우스트의 천벌〉(1889) 155
〈파우스트의 천벌〉(1893) 157
펠릭스 모틀 163
할레 오케스트라 165
할레 오케스트라의 〈파우스트의 천벌〉 167
트롬본 170
작곡의 기법 172
바그너
〈라인의 황금〉 175
음의 시인 184
바이로이트 193
다시, 바이로이트 203
베르디
〈팔스타프〉 212
베르디에 관해 한마디 더 하자면 223
쇤베르크와 무조 음악 246
제3부 _ 음악에 관한 문제
오페라 연기에 관해 251
〈리골레토〉 253
오페라 연출 257
통속극화된 오페라 270
새로운 이탈리아 악파 276
종교적이란 무엇인가? 291
헨델의 〈메시아〉 294
다시, 〈메시아〉 298
교회 내의 음악 307
〈라 마르세예즈〉 312
딕션 315
파데레프스키(1890) 321
파데레프스키(1893) 323
리사이틀 렉처 328
찾아보기 334
책속에서
나 또한 일자리를 내던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싫은 소리를 해야 할 지경에서 그를 구해주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문예란에 음악 관련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지면을 배정해달라고 했다. 테이 페이는 정치와 관련된 내 견해를 듣지 않아도 되는 조건으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흔쾌히 동의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음악 평론이라면 읽기도 힘들뿐더러, 읽어도 요령부득인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는 글이라 생각해온 그는 “부디 부탁이니 바흐의 B단조 운운만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나 역시 음악 평론의 그러한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애초에 제안을 한 이유도 나라면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도 능히 읽을 수 있는 음악 평론을 쓸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_ (‘코르노 디 바세토’가 듣고 기록한 《런던 음악계, 1888-1889》의 서문 중)
연주에서 듣기 좋은 것과 듣기 불쾌한 것을 구분하고 정확한 것과 부정확한 것을 판별하는 건 당장이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위대한 예술가들을 상대해야 할 때는 날카롭고 분석적인 관찰력과 분별력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언뜻 귀에 듣기는 좋으나 위대성은 부족한 범속한 예술가들의 연주와 경계선을 그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을 갖춘 평론가라야 비로소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연주와 오로지 극소수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연주를 변별하고 자신의 판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법이다. 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은 무릇 다음과 같은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무척이나 손쉬운 성취에 과분한 절찬이 쏟아지면 왠지 부끄러워져 쥐구멍을 찾는 심정이 되고, 심혈을 기울여 성취한 훌륭한 결과물에 아무도 격려를 해주지 않으면 허탈한 심정이 드는 것을 말이다. _ (같은 글)
나는 세련되고 학술적이기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쳐 읽기조차 힘들고 종종 앞뒤도 맞지 않는 글인 음악 평론의 품격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 음악에는 일자무식이었던 대개의 편집인들은 평론가들이 가져다 바치는 글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지면에 옮겼다. 편집인들의 무지 속에 인내된, 가식으로 가득한 헛소리와 악의로 똘똘 뭉친 파벌주의에 대한 나의 염증이 간혹 상스러운 표현이 되어 불거져 나올 때도 있었지만, 모쪼록 내가 쓰던 칼럼을 그 무렵 ‘새로운 저널리즘’으로 불리던 흐름의 선도적 존재로 여겨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러면 오히려 내가 대단히 예의를 차려 글을 썼다고까지 생각하시게 되리라. _ (같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