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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90156417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풀베개
나의 『풀베개』
해 설(고미야 도요타카)
연 보
책속에서
이른바 즐거움은 사물에 집착하는 데서 일어나기에 온갖 괴로움을 머금고 있다. 오로지 시인과 화객(畵客)이라는 자들이 있어서 이 대립세계의 정화를 어디까지고 곱씹어, 뼈에 사무치고 골수에 스미는 깨끗함을 알 뿐이다. 안개를 먹고 이슬을 마시고 자줏빛을 품(品)하고 붉은빛을 평(評)하고 죽음에 이르러 후회하지 않는다. 그들의 즐거움은 사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동화하여 그 사물이 되는 것이다. 완전히 그 사물이 되었을 때 나를 수립할 여지는 망망한 대지를 다 뒤져도 찾아낼 수가 없다. 속세의 먼지에 찌든 육신에서 뜻대로 해탈하며 터진 삿갓 속에 무한한 청풍을 담는다. 무익하게 이러한 경우를 생각해내는 것은 굳이 시정의 돈 냄새 풍기는 자들을 위협하고, 애써 기품 있는 척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곧 얻게 될 복음을 이야기하여 인연이 있는 중생을 손짓해서 부르기 위함일 뿐이다.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시경(詩境)이네, 화계(畵界)네 하는 것도 사람들 모두에게 갖추어진 길이다. 덧없이 세월을 헤아리며 하얗게 센 머리에 신음하는 무리라 할지라도 일생을 돌아보아 지난 내력의 파동을 차례대로 점검해보면, 악취 풍기는 시체에서도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는 것처럼 속세에 찌든 자신에게도 예전에는 희미한 빛이 있었던 듯하여 스스로를 잊고 박수치고 싶은 취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살아온 보람이 없는 사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