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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에 뜨는 달

평지에 뜨는 달

(2019년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

아사쿠라 가스미 (지은이), 김해용 (옮긴이)
직선과곡선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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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에 뜨는 달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평지에 뜨는 달 (2019년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0187190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0-04-24

책 소개

아사카, 니자, 시키. 가정이 있는데도 이 근방에 사는 예전 여자친구들. 아오토 역시 이 근처에서 자라고, 일하며, 늙어가고 있는 무리 중 하나였다. 스도와는 병원 매점에서 다시 만났다. 중학교 시절, 사귀자고 했다가 차인, 심지 굵은 전 여자 친구다.

목차

1 '살짝, 꿈 비슷한 걸 꿨어.'
2 '아주 기분 좋게 행복해져.'
3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로 아오토는 참 좋아.'
4 '아오토는, 왜 나를 '너'라고 해?'
5 '원통해.'
6 '일본에서 제일 독한 년 보는 듯한 눈으로 보지 마.'
7 '그런 말 하면 안 돼.'
8 '아오토, 의외로 끈질기네.'
9 '볼 면목이 없어.'

저자소개

아사쿠라 가스미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0년 홋카이도 출생. 2003년 〈고마도리 씨의 문제〉로 홋카이도신문문학상, 2004년 〈간, 태우다〉로 소설현대신인상, 2009년 《다무라는 아직인가》로 요시카와 에이지문학신인상을 수상. 2017년 《만조》가 야마모토 주고로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9년 《평지에 뜨는 달》로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하였고,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름. 이밖에 작품으로 《로코모션》 《데라사후》 《처녀의 집》 《나는 아침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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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용 (옮긴이)    정보 더보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로 일하며 다수의 일본 작품을 번역하고 편집했다. 오쿠다 히데오의 『버라이어티』 『나오미와 가나코』, 이사카 고타로의 『악스』, 모리미 도미히코의 『야행』, 츠지무라 미즈키의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 등의 소설과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지성만이 무기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신공룡 도감: 만약에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등 여러 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마음은 늘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싶지만 내려놓을 것이 별로 없거나 내려놓았다가 잃어버린 것이 많아서 적극 내려놓기를 망설이다 내려놓는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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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병원이었다. 점심때가 지났었다. 배가 고파 주먹밥이나 먹을까 생각했다. 주먹밥이나 과자 빵, 초밥 같은 것을 사려고 매점에 들렀는데, 그 친구가 있었다. 바로 눈치 챘다. 어라? 스도? 하고 불렀더니, 그 친구가 목에 건 명찰을 흘낏 보며, 내가 스도 맞는데,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스도 맞는데, 그게 왜? 하는 듯한.
깊이 호흡을 했다.
입가를 닦고는, 아오토야, 하며 집게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리켰다.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몸짓이었다.
6월 11일 월요일. 아오토 겐쇼는 꽃집에 있었다. 역 앞의 아담한 꽃집이었다.


담배를 피우듯 호흡하며 아오토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아오토의 기운을 북돋워 주려다 보니 정말 건전한 기분이 됐어."
고마워, 하며 고개를 원래대로 돌렸다. "나야말로." 반사적으로 대꾸하고 아오토는 무릎 위의 점심 패키지와 김말이로 눈길을 떨구었다. 스도의 목소리가 귀에 와 닿았다.
"아오토."
"응?"
"서로 기운 나게 해 주는 놀이 하지 않을래?"
아오토는 눈을 들어 스도를 가리키다가 다음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우리 집 가지 않을래?"
스도의 얼굴을 보았다. 그냥 한번 말해 본 것뿐이야, 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건 좀 그런데."
"이 나이에도?"
"오히려 더 그렇지."
"왜?"
"나이 쉰에 그런 유혹은 여러 모로 힘겨워."
"그런 유혹이 뭔데?"
"집에서 마시기. 남자와 여자가. 게다가 단 둘이. 즉흥적인 학생 시절이라면 몰라도 분별이 생긴 어른이 할 짓은 아니야."
"분별이 생겼으면 별로 문제될 거 없잖아."
"사람들 이목이 있잖아. 그리고 내 눈도. 난 사귀지도 않는 여자와 단 둘이 집에서 술 마시고 있는 나를 보고 싶지 않아. 얌전히 소꿉놀이만 할 것 같은 나도, 호시탐탐 눈을 빛내는 나도, 갈 데까지 한번 가볼까 하고 여유만만인 나도, 상상만 해도 싫어."
성가셔, 이제는 더욱, 이라는 말에는 웃음이 담겨 있었다. 스도 역시 입을 하하하 하고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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