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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0187190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0-04-24
책 소개
목차
1 '살짝, 꿈 비슷한 걸 꿨어.'
2 '아주 기분 좋게 행복해져.'
3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로 아오토는 참 좋아.'
4 '아오토는, 왜 나를 '너'라고 해?'
5 '원통해.'
6 '일본에서 제일 독한 년 보는 듯한 눈으로 보지 마.'
7 '그런 말 하면 안 돼.'
8 '아오토, 의외로 끈질기네.'
9 '볼 면목이 없어.'
리뷰
책속에서
병원이었다. 점심때가 지났었다. 배가 고파 주먹밥이나 먹을까 생각했다. 주먹밥이나 과자 빵, 초밥 같은 것을 사려고 매점에 들렀는데, 그 친구가 있었다. 바로 눈치 챘다. 어라? 스도? 하고 불렀더니, 그 친구가 목에 건 명찰을 흘낏 보며, 내가 스도 맞는데,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스도 맞는데, 그게 왜? 하는 듯한.
깊이 호흡을 했다.
입가를 닦고는, 아오토야, 하며 집게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리켰다.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몸짓이었다.
6월 11일 월요일. 아오토 겐쇼는 꽃집에 있었다. 역 앞의 아담한 꽃집이었다.
담배를 피우듯 호흡하며 아오토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아오토의 기운을 북돋워 주려다 보니 정말 건전한 기분이 됐어."
고마워, 하며 고개를 원래대로 돌렸다. "나야말로." 반사적으로 대꾸하고 아오토는 무릎 위의 점심 패키지와 김말이로 눈길을 떨구었다. 스도의 목소리가 귀에 와 닿았다.
"아오토."
"응?"
"서로 기운 나게 해 주는 놀이 하지 않을래?"
아오토는 눈을 들어 스도를 가리키다가 다음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우리 집 가지 않을래?"
스도의 얼굴을 보았다. 그냥 한번 말해 본 것뿐이야, 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건 좀 그런데."
"이 나이에도?"
"오히려 더 그렇지."
"왜?"
"나이 쉰에 그런 유혹은 여러 모로 힘겨워."
"그런 유혹이 뭔데?"
"집에서 마시기. 남자와 여자가. 게다가 단 둘이. 즉흥적인 학생 시절이라면 몰라도 분별이 생긴 어른이 할 짓은 아니야."
"분별이 생겼으면 별로 문제될 거 없잖아."
"사람들 이목이 있잖아. 그리고 내 눈도. 난 사귀지도 않는 여자와 단 둘이 집에서 술 마시고 있는 나를 보고 싶지 않아. 얌전히 소꿉놀이만 할 것 같은 나도, 호시탐탐 눈을 빛내는 나도, 갈 데까지 한번 가볼까 하고 여유만만인 나도, 상상만 해도 싫어."
성가셔, 이제는 더욱, 이라는 말에는 웃음이 담겨 있었다. 스도 역시 입을 하하하 하고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