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통일/북한관계 > 통일문제
· ISBN : 9791190263108
· 쪽수 : 270쪽
· 출판일 : 2020-07-3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5
프롤로그 12
1부 고성/인제
첫날 _ 2019년 7월 27일(토) 23
가깝고도 먼 30
한바탕 꿈일 법도 한 34
멈출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40
이튿날 _ 2019년 7월 28일(일) 47
타자를 상상하며 51
함께한다는 것은 56
사흗날 _ 2019년 7월 29일(월) 63
경계에 피는 꽃들 65
예측할 수 없는 71
2부 양구/화천
나흗날 _ 2019년 7월 30일(화) 81
결과가 빚은 차이 83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 87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92
닷샛날 _ 2019년 7월 31일(수) 99
어제의 핏물 위에 102
물은 여전한데 109
막아서지만 막을 수도 없는 113
엿샛날 _ 2019년 8월 1일(목) 117
사라져간 사람들 120
진부한 견해, 진부해지지 않는 사실 123
아픔을 묻고 또 다른 세계를 꿈꾸며 128
이렛날 _ 2019년 8월 2일(금) 133
화이부동이라지만 135
민통선의 역설 140
회자정리 거자필반 148
3부 철원
여드렛날 _ 2019년 8월 3일(토) 153
영생불멸은 없다 해도 155
풍경은 기원을 은폐하고 161
차라리 무심하여 165
아흐렛날 _ 2019년 8월 4일(일) 171
참전 군인과 오래된 다리 173
윈드 오브 체인지 181
쓱쓱 문질러 없앴을 수 있다면 184
열흘날 _ 2019년 8월 5일(월) 193
수풀에 묻힌 꿈 196
인간의 꿈, 철마의 꿈 201
어디에도 안착할 수 없었던 207
열하룻날 _ 2019년 8월 6일(화) 211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 213
이름 모를 비목이여 219
4부 연천/파주
열이틀날 _ 2019년 8월 7일(수) 229
길은 끝이 없지만 함께했으므로 233
닫힌 문을 앞에 두고 237
열사흘 마지막 날 _ 2019년 8월 8일(목) 245
종결되지 않으니 반복되고 248
경계와 변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255
시작도 끝도 내 걸음으로 259
에필로그 261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금은 ‘평화지역’이라고 부르는 ‘접경지역’에서 나고 자란 내게 DMZ와 민통선이라는 말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면서 불온과 불순, 무서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헤집을 수 없는 이상야릇한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수복지구’와 ‘미해방지구’로는 다 드러낼 수도 감출 수도 없는 유폐된 듯한 변경이면서 또한 드높게 치솟은 산맥을 올려다보면서 드넓은 바다를 향해 나가는 무엇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외부 세계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비탈진 곳에 낮게 엎드려 두문불출하는 무엇이었다. 이를테면 헤식은 마그마 같으면서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부글거리며 끓고 있는 용암과도 같은 곳이 흔히 말하는 ‘수복지구’의 한 단면이었다.
_1부 고성/인제 중 ‘첫날’ 이야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라고 쓴 파란 조끼를 입은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지어 철책을 따라 걷는 풍경은 낯설었고, 더구나 걷는 길 왼쪽 해안에는 높고 첩첩한 철책이 시선을 가로막고 있어 기묘한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그렇더라도 철책 그 촘촘한 구멍 사이로 한창 주황빛의 참나리꽃과 분홍빛 메꽃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늦봄이나 초여름이었다면 해란초며 갯메꽃, 좀보리사초, 순비기나무와 같은 화진포 해변에서 볼 수 있는 꽃들과 마주쳤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다가가 손으로 만질 수도 없을 만큼 꽃과 나는 가깝고도 멀리 있었으므로 뜨겁고도 해맑은 한여름 해변이었음에도 걷는 걸음에 힘이 붙지 않았고, 마음속은 여러 가지 감정으로 뒤냉기쳤다.
_첫날 “가깝고도 먼”
흘리에는 1950, 60년대 함석헌 선생이 관여한 농장과 교회가 있었고 지금은 빈 터가 되었다는 소식을 드문드문 듣고 있었다. 고성군 관내에는 1901년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교회를 비롯하여 백 년이 넘는 교회가 꽤 많았다. 이것이 해방 이후 인공 치하가 되면서 반공의 단초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일제 강점기 신사 참배를 반대하며 저항했던 기독교인들은 해방 뒤 공산주의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게 되었고, ‘1945년 11월 평안북도 용암포에서 집단적인 첫 충돌이 일어났’9다. 체제와 반체제, 공동체와 개인, 순국과 순교의 거리는 얼마큼일까, 이따금 궁금하게 여겼다.
_이튿날 “함께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