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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0487504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0-11-27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05
1부 끝나지 않은 춤
끝나지 않은 춤 11
정재만 13
집으로 가는 길 15
너를 보낸다 21
희야의 방 28
화장 29
네게 가는 길 36
미옥이 언니 가는 길에 40
차판선 어머니 영전에 47
안아드릴게요 2 53
김소학이 어머니 전에 57
백 년이 하루아침이더라 60
누갈다 어머니 65
발인 67
곡비 71
타월 한 장으로 72
2부 노래로 보냅니다
그 어른 77
동백꽃 친구에게 83
일요일의 배웅 89
태임이 어머니 93
우무 한 그릇 95
이영춘 101
노래로 보냅니다 103
3부 봄 소풍
봄 소풍 111
봄날은 간다 1 113
부겸이 아저씨 117
크리스마스 날 126
시월 첫날 133
4부 장례 혼례
장례 혼례 141
어머니 오늘 하루라도 143
새해에는… 어머니!! 145
생갈치 한 통가리 150
단방약 153
지금 나, 간다 155
저자소개
책속에서
정재만
─ 덕산님
스스로를 일러서
불탄이라 했던 이
삶은 그에게 친절하지 않아서
한 생이 남루하였으나
자존만은 드높아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비굴하지 않았다
사오월 봄은 왔건마는
그가 일군 차밭에
햇순들 무장무장 돋아 푸르청청하건마는
즐겨 부르던 사철가 가락을 따라서 갔나
좋아라 자랑삼던
한 그루 모란 아래
수목장으로 묻혔던 그이
불탄이 앞에서는
스스로를 기쁨조라 칭하며
예닐곱 해 봄철을 더불어 자알 놀았던 내가
혼자 찻잎을 따는 오월 아침
이제는 몇 안 되는 지인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그라지는
그 이름을 부른다
정재만
덕산님!
곡비
여보에서 아담으로
아담에서 오빠로 불리워지던
이덕종 씨의 관이 연소실로 들어가고
와앙― 하고 터지는
친구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나왔다
시도 눈물도
나와 주지 않았다
청주 목련공원 화장장
자귀꽃 필락말락
뻐꾸기가 나 대신
두어 번
울어주었다
집으로 가는 길
─ 지금 갑니다
이제사 말고
가을 오시려나
간밤 비로 팔월 염천 더위
한풀 꺾이고
병상 지킴이로 누웠어도
한 눈에 바라 뵈는 진주라 남강
유장유장 강물이 흘러 가 닿은
토영 바다 영운리
그 갯내음에 미륵산 품은
때늦은 백합 떨기
한 손길 발길 마음 길을 빌어 예까장 왔네
이를 데 없는 향기로
향기로 왔네
어절씨구
푸른 물줄기 살림(生)의 물 생명수 한 바가지도 왔네 그려
그 산 그 바다
그 샘이 통째 내게로 왔네
이제 그만 누운 자리
먼지 털듯 털어내고서 일어나라고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고
나 일으키러 왔네
나 살리러 왔네
그래 그러지 그래야지
암 가야지 가고 말고
나를 기다리는 이
어찌 산천뿐이리오
나 오며가며 날이 날마다 앉던
한숨 쉬며 가쁜 숨길 고르던 방석바위뿐이리오
내 곱은 손바닥 지문 아로새겨진
한 그루 소나무뿐이리오
털북숭이 목을 빼 들고
내 발소리 목소리 이 내 냄새를
애가 터지게 기다릴 삽살개 미륵이
그 놈 눈자위가 다 짓무르기 전에
오직 게서만
우리 내외 기다리며 피어난 백합꽃 향기
그예 다 스러지기 전에
나 가리
기어코 가리
걸어 못 가면 기어서라도 가리
남쪽 바다 내 본향
내 이승의 심줄이 심장이
불끈 발딱 솟고 뛰는 뛰고 또 솟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