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설게요

제1부
새박사 설재홍·11
나무 아저씨·12
채이야·14
채이야 2·17
김순희·19
김순희 2·21
지율이·22
아들에게 2·25
아들에게 3·26
땔감 대는 장 선생·27
우물대야 집·30
안나는 좋겠다·32
해원에서·34

제2부
하루치의 삶·37
산 할아버지 말하기를·38
언니들·39
보고 싶어서·40
풍금님·42
막돌 신부님께·45
하늘 인연 하늘 마음·46
주고자비 할매·48
34킬로의 거인·50
큰 적덕댁·52
가을 했어요·54
친구·56
아라네 감자·58

제3부
너 때문에·61
일어설게요·62
24시간 간병인·64
부부 사이·66
탈·67
김미희·68
덕천 거사·70
덕천 거사 2·72
또순이 언니·74
구윤수·77
현영 엄마·85
정영임 여사님·88

제4부
퉁치다·97
우리·98
대화·99
목소리·100
목소리 2·103
구름에 실어·109
인연 따라 여기까지·111
구도회·114
떡집 사람들·116
아들의 전화에 답함·118
기아 어머니와 빼떼기죽·122
그런가·125

시인의 말·127

몇 해 만인가
새박사가 온다
날던 새와 더불어 산 지 서른 해
이제는 양계로 먹고 산다네
그것도 돈되지 않아 인력 나간다네
학구열은 넘쳐 예순 중반에 한의대 일학년
뼈빠지게 뒷바라지해도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아내의 푸념을 노래 삼아 들으며
이번에는 기어코 기필코 하면서
자나깨나 도전에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재홍 씨
나는 아내 아니라서
만날 때마다 파이팅
다시 한 번 힘내라고 힘껏 힘껏
주제 넘은 응원을 하네
얄밉게도 얄궂게도 마음으로만 생각으로만
―「새박사 설재홍」 전문

노산 다릿가에
나무 아저씨 왔다
아저씨 오면 봄도 온 것
백모란 모종 두 개 샀다
봄을 산 것이다

아저씨
올 봄에도 나무 팔고 봄 팔아 돈사서
주머니 두둑 마음부자로
경산농장 돌아가셔요 덕담하며

갓구운 포장마차 잉어빵 건넸는데
아저씨는 나한테 모종값 만이천원 씩이나
깎아 준다
단돈 이천원으로 퉁친 장사
돈 벌었다

우리집 손바닥 뜰에
적모란 곁에 내년 후내년
하이얀 모란꽃잎 가슴버는 날
그리기만 해도 내 가슴 벙벙
배까지 절로 부른 날 좋은 날
―「나무 아저씨」 전문

죽다 가도 산다
그이 손에 가면

섣달 눈 속에 보물찾기하듯이
동네방네 다 뒤져
어느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던
꽃모종을 모셔 왔다

오순도순 작은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모여 앉아
애오라지 그이 사랑 그이 감탄 먹고서
기적의 꽃망울을 밀어올린 화초들

생명은 사랑은
그런 것이라고
돌보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가르치지 않으면서 가르치는
나의 꽃선생님
김순희
―「김순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