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533287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3-04-18
책 소개
목차
서문 ―8
겨울이었다 ― 14
어느 일요일 ― 28
로자에 대한 짧은 기억 ― 40
마리안의 장례 ― 52
남향 ― 66
카페 드 플로르 ― 82
어느 늙은 배우 ― 94
폭염 ― 108
거리에서, 혼자 ― 120
냉장고를위한 짧은 단상 ― 132
도마뱀 살해 사건 ― 146
문지기, 토마 ― 158
부르고뉴 호텔 ― 172
멀리서 온 청춘 ― 188
여름의 맛 ― 200
태양을 마주하고 ― 214
촛불을 켜는 사람 ― 226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물의 무게와 질량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염분이 한창 진할 때가 있고, 또 그것이 맑아질 때가 있는 것이다. 정돈하지 못한 감정을 응축하여 쏟아 낸 나의 눈물은 바닷물처럼 짰고, 몇 번을 걸러 낸 엄마의 눈물은 담수처럼 맑았을 테다.
영화는 처절했다. 영상미 때문인가? 양조위의 연기 탓인가?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장국영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사랑이란 원래 처절한 얼굴을 숨기고 오는 것일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G와 나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극장을 빠져나갈 때도 서로를 마주 볼 수 없어서, 상영관의 조명이 환하게 켜질 때까지 앞만 보며 버텼다. 한참을 침묵하던 G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사는 것이 저렇게 힘든 것일까 두렵다고 말했다. 나는 G의 씁쓸한 시선을 외면하며 장국영이 연기를 잘해서, 양조위의 눈빛이 탁월해서, 왕가위가 천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대답했다. 저런 사랑도, 삶도, 사실은 모조리 과장된 것이라고. 이건 그저 영화니까.
G가 되물었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비극인 것이 아닌가, 라고.
그가 옳았다. 우리들의 사랑이 영화처럼 치열하지 못했던 것은 그와 헤어지고 난 후 우리에게 남은 단 하나의 비극이었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것들을 쓰고 싶다. 그 애가 모두가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을 쓰고 싶어 했던 것처럼. 발바닥 밑에 붙은 하찮은 것들, 광원의 반대편에 선 것들, 로자를 품은 그 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