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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0533416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3-12-15
책 소개
책속에서
너는 목이 터져라 울었어. 진실은 냉혹하고, 그 냉혹한 진실이 너의 폐를 채웠지. 각운은 여성형이었어. 네 안에서 분리되는 거친 느낌이 만들어지고 너는 뭔가 나뉘는 것을 느꼈어. 그게 다야. 자르고 잘려져 둘이 되었지. 태어나면서 너는 당연히 너처럼 딸인 엄마의 몸에서 분리되었고 동시에 딸이라 불리지 않는 모든 인류로부터도 분리된 거야. 딸의 반대말은 당연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병실의 공기 중에 조용히 떠다니며 허공에서 섬광처럼 번쩍였지. 배아, 태아, 아기... 이때까지 성별은 아들의 편이었어. 불과 몇 초 전에는 딸이나 아들 모두 가능했지. 남성형 주어를 쓰게 될지 여성형 주어를 쓰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었어. 이제 너의 날개는 잘리고(날개가 아니면 무엇이겠니?) 너는 로빈슨 크루소보다 더 혼자가 되었어. 운명의 주사위는 태반과 함께 던져졌지. 남자로 태어났다고 전해지고, 한 아들의 아버지라고 믿어지는 신이 주사위를 던졌어. 딸입니다.
너는 매일 산 채로 땅에 묻혔지. 그럴 만했어. 네가 아들이어야 했는데. 그러면 딸만 있는 엄마 아빠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거야. 네 동생은 한 번 죽었지만 너는 날마다 죽었어. 더 이상 너를 봐주지 않는 엄마의 눈으로, 더 이상 아들을 기대하지 않는 아빠의 좌절로, 언제가 너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것이라 벼르고 있는 언니의 질투로 너는 날마다 죽었어. 심지어 동생의 죽음으로도 너는 죽었어. 동생을 대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말이야.
나중에 아빠가 거실 탁자에 놔둔 서류에서 ‘성’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사전에서 그 단어를 찾은 적이 있다. (아빠는 남성이라고 적힌 칸에 표시를 했다. 남성 밑에 여성 칸이 있었다.) ‘성sexe’이라는 말은 ‘자르다’라는 뜻의 라틴어 ‘세카레secare’에서 기원한다고 되어 있었다. 거기서 동사 ‘자르다scier’, ‘절단하다sectionner’ 그리고 명사 ‘전지가위secateur’ 같은 단어들이 파생되었다. 그렇다.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남자의 자지를 ‘자르면sexe-tionner’ 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 내 고추가 잘린 거지? 지독하게 아팠을 텐데. 피도 엄청나게 났을 것이고.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 무릎에 피 나는 것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이 흘렸을 것이다. 흉터도 있다! 가랑이 사이에 가늘게 금이 가 있지 않은가. 나는 자지가 잘린 적이 있는지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잘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뭐지? 누가 결정하는 거지? 아빠는 절대 아닐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자는 상처가 난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