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758994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0-11-06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마음을 여는 마음
1부 별말 없이 어깨를
내 마음의 봄 / 보이스카우트 열전 / 상추 편지 / 별말 없이 어깨를 / 아주 특별한 편지 / 해바라기같이 환하게 / 오후 세 시의 고양이 / 잘 먹고 잘 놀자 / 동네 아저씨는 왜 / 단짝 / 배추흰나비 / 봉제 공장 시인, 봉팔이 성 / 나와 노모만 마당 앞에 세워놓고 / 외로운 양치기와 푸른빛 팬파이프 소리 / 에어컨 설치 전말기 / 딸아이의 말씀 / 바지락과 가무락조개 / 어떤 손과 어떤 손짓 / 우리 선생님 / 왕언니를 위하여
2부 마음 안쪽에도 꽃길이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 / 마음 안쪽에도 꽃길이 / 경비대장 / 거리를 좀 두고 지내면 어떨까요 / 초겨울 초저녁 참 / 괜찮아, 받아! / 종이 가방 / 우리 앵순 씨 / 삶은 얼마나 신비롭니 / 서울살이 / 방금 전에 온 거였으면 / 어떤 민원 신청 / 이앙즈요셉 수녀님과 소록도 /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 / 빌뱅이 언덕 아래 작은 흙집 / 소리로 읽는 달력 / 아이 마음 한 뼘, 내 마음 두 뼘 / 걸어서 집으로 / 유년의 거울 / 내 맘대로 마음공부
3부 같이 밥을 먹는 일
물까치 떼 / 초저녁과 깊은 밤, 그리고 아침 / 폭설은 돌아가고, 밤하늘엔 흰 별이 / 보름달과 초승달 / 같이 밥을 먹는 일 / 소나기 걸음으로 / 눈 가득 고여오던 물 / 파랑새는 어디에 / 시를 쓰기 전에는 손을 씻는다 / 내 유년의 초등학교 / 시인은 거기에 있었다 / 녹색어머니회 / 잠깐의 물빛 여행 / 달팽이와 눈 맑은 청년 / 노닥노닥 오래된 골목을 / 정읍 김정자, 봉화 김정자 / 만리장성보다 굉장한 / 비는 왜 이렇게 자주 / 어쩌다 기술자 / 봄 산, 괜찮아
4부 앵두나무 같은 사람
두부 / 청보라 도라지꽃 / 어떻게 알긴 / 앵두나무 같은 사람 / 길잡이 우체부 / 고마움은 돌고 돌아 / 어찌 이케 늦게 완? / 새로운 직업 / 이팝나무 우체국 박새 편지 / 흰 밤 흰 눈 / 도시락 소풍 / 지갑 / 마음의 불안을 더는 일 / 처가 추석 / 겨울밤에 오신 손님 / 양이 형, 선생님 / 나도 손을 번쩍 / 기억하는 기억 / 뽕나무밭 집 누에들 / 고맙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
리뷰
책속에서
상처와 위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나는 마음 곁에 마음을 두는 일로 조금씩 일상을 찾아갔다. 돌이켜보고 말 것도 없이 순간순간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한 마음들, 마음은 마음으로 머물지 않고 따뜻한 손길이 되고 힘찬 걸음이 되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는 것을 새삼 알아갔다. 부디 그대들도 마음 곁에 마음을 두는 일로 조금은 더 반짝이는 하루하루를 열어가시길!
고양이는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오후 세 시를 전후해 찾아와 똑같은 방식으로 나를 불러댔다. 미안하다, 고양이야. 여전히 나한테는 너한테 내줄 만한 생선 토막이 없구나. (…) 모처럼 면 소재지에 일을 보러 갔다 오는 길에는 비린 것을 사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오후 세 시가 되려면 얼마나 남았지? 아, 벌써 오후 세 시구나! 고양이는 먹을 걸 내놓으라고 재촉했고 나는 그저 씩 웃으면서 조금 전에 구워두었던 고등어를 내주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이 고양이에게 ‘오후 세 시의 고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생각하면, 아프다. 어머니는 막둥이인 내가 봉제 공장에 다니며 야간대학에 다닐 적에도, 대학원에 다니며 조교 일을 할 적에도 나와 같은 학교로 출근하는 청소 노동자였다. (…) 청소를 하다 말고 계단 밑 작은 공간에 쪼그려 앉아 밥을 먹었을 내 어머니, 더러는 변기에 앉아 쉬기도 했을 내 어머니. 엄마, 여기가 내 방이야.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내가 쓰는 의자에 어머니를 앉게 했다. 방이 널찍하니 좋구나, 회전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몸을 흔들어보던 어머니는 한참이나 흡족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그때 나는 왜 그리도 눈물이 나던지,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선 나는 연신 눈가를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