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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0885379
· 쪽수 : 396쪽
책 소개
목차
한 남자
주석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_ 공감하는 사람의 연쇄가 필요하다
리뷰
책속에서
즉 리에의 인생은 누가 생각하더라도 뭔가 지금과는 다른 것이 되었어야 했다. 동창에서부터 이웃 어른에 이르기까지 단 한 사람도 그녀의 행복을 의심한 자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어린 아들을 잃은 데다 이혼까지 하고 고향에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가엾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보람 없음에 무어라 말할 수 없이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가 그런 곳이었나, 하고 불안해졌던 것이다. 거기에 또다시, 재혼한 남편마저 겨우 3년 9개월 만에 앞세우고 말았다. […]
― 1
리에는 결코 료의 죽음을 대신해줄 수 없었다. 병든 자식에 대한 그야말로 흔해빠진 표현이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몸서리칠 만큼 강하게, 자신이 대신 죽어줄 수 있기를 빌었다. 그녀는 누구에게인지도 모른 채 오로지 그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기도했다. 하지만 료는 결국 자신의 죽음을 자기 스스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 리에에게는 리에가 죽어야 할 죽음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가 죽었지?’라고 리에는 마음속에서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호적상으로는 ‘다니구치 다이스케’라는 사람이 죽은 것이었다. 하지만 ‘다니구치 다이스케’의 죽음은 오로지 그 본인밖에는 죽을 수 없다. 그는 대체 누구였을까, 라고 리에는 죽은 남편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은 결국 그가 누구의 죽음을 죽은 것인가, 라는 질문이었다.
― 5
그런데 지진의 충격이 아무래도 진즉에 해결되었어야 할 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그를 다시 불안에 빠뜨렸다.
그것은 예전 질문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나이에 걸맞게―언어로 하면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이렇게 다시 묻고 있었다. 즉 ‘이걸로 괜찮았던 것일까?’라고.
중년의 자연스러운 감각으로서 이름은 역시나 언제든 ‘기도 아키라’였지만 그 나름대로 다면적인 삶을 살아왔고 그는 이제 자신이라는 인간을 그러한 과거의 결과물로서 포착하고 있었다. 예전에 미래였던 인생은 상당한 만큼 이미 달성한 과거가 되어 그가 어떤 인간인지 대부분 판명되어가고 있다.
물론 좀 더 다른 삶의 방식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아마 무한대의 다양한 가능성으로서. 그리고 그는 지금 나란 무엇인가, 가 아니라 무엇이었는가, 라는 것을 살기 위해서라기보다 오히려 어떤 인간으로서 죽을 것인가, 라는 것을 의식하며 다시 질문하도록 추궁당하고 있었다.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