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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0893572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1-05-07
책 소개
목차
1장 보이지 않는 책꽂이
2장 두루마리에서 코덱스로
3장 궤, 회랑, 열람실
4장 사슬에 묶인 책
5장 더 완벽한 책장
6장 책등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7장 빛이냐, 책을 꽂을 공간이냐
8장 완벽하게 장정된 책이 서점에 진열되다
9장 서고를 지탱하는 것들
10장 책들의 묘지
11장 장서의 과거와 미래
부록: 책을 배열하는 온갖 방법
책을 옮기고 나서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엄격하게 말한다면 책들은 책꽂이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 의회도서관이나 지역 공공도서관 책들이 상자에 들어 있거나, 바닥에 차곡차곡 쌓여 있거나, 아니면 장작이나 석탄처럼 무더기로 모여 있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의 존재 없는 책꽂이는 상상할 수 없다. 책이 없다면 그런 식으로 선반을 층층이 쌓아 올린 장이 없을 거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장이야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책꽂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책꽂이는 책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의 한 부분이 되었으며, 집에 책꽂이가 있다는 사실은 문명화되었고, 교육받았고, 세련되었다는 것의 의미를 실질적으로 규정해주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책을 책꽂이에 도로 집어넣는 것은 정어리를 통조림 캔에 도로 집어넣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렵다. 책꽂이는 진공 상태를 혐오하기 때문에, 책 한 권을 뽑았을 때 생기는 공간이 다시 책을 받아들일 만한 크기를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에어 매트리스나 지도를 한 번 펼친 다음에는 처음 모양으로 도로 접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한 번 펼친 책은 다시 접으면 새로운 부피를 갖게 되는 것 같다. 분명히 원래 꽂혀 있던 자리인데도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책꽂이에 발판이라도 마련하려면 책을 쐐기처럼 이용하여 전에는 관대했던 이웃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책꽂이와 거기 꽂힌 책이 상호 의존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보통은 무시하고 지나치게 마련인 책꽂이에 관심을 기울이면 책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아래에서부터 위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책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을 새삼스럽게 뜯어보면 우리 눈에는 다른 사물이 보이게 된다. 세상의 다른 모든 사물들과는 다른 독특한 특질들을 가진 동시에 우리가 경험하는 다른 많은 것들과 유사한 점들을 가진 사물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