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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971638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1-09-26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1.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나의 가치는 어디까지일까요
홈스쿨링의 세계
소설가 지망생
잼을 끓이다가
알바 구하시나요?
결혼, 가족계획, 자아실현
여성인력개발센터
그 많던 직장대디는 어디 갔을까
2. 완성되지 못한 이력서
선택적 경력단절
완성되지 못한 이력서
브리저튼 보시나요?
가만히 선언한다
여섯 번째 육아
아빠됨의 시간
나는 워킹맘이다
3. 엄마와 노동자 사이
N과 S
경력 아닌 경력들
돌봄노동자
유튜브 편집자입니다
이론 740시간, 실습 780시간의 자격
이론과 실전의 간극
이 단절의 장막을 뚫을 수 있을지
나는 자진 퇴사자입니다
4. 커리어우먼은 없다
성대한 잔치는 끝났다
코로나와 난임치료
응원이 필요한 시간 9 to 12
딩펫족입니다
아프리카 다방으로 오세요
아프다고 말하기를 누가 금기하는가
노준석 작가로부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A는 담담하게 자조했다. 만삭의 몸으로 퇴사한 그 길로 나의 가치는 어디까지 떨어진 걸까. 그 가치라는 게 남아 있기는 할 걸까. 목표를 설정하고, 치열하게 노력하고, 이내 달성하는 수순에 익숙했다. A는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로 멈춘 그의 시계는 여전히 제자리다. A는 일을 통해 삶의 밸런스를 찾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경력이 단절되고 근무 가능한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상황이 자신을 그저 만만한 착취의 대상으로 만든 걸까. A는 넘을 수도 부술 수도 없는 높고 견고한 벽을 경험했다. 그 아래의 깊은 구덩이로 고꾸라지는 느낌이 든다. 무기력이라는 구덩이.
그렇다면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해야 할까? 그것 역시 쉽게 결론 내릴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낳는다 해도 걱정, 낳지 않는다 해도 걱정이었다. 아이를 낳는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출산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혼이든 출산이든 상관없이 일을 놓지 않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 A는 비로소 깨달았다. 아, 이것이 대학원 동기들이 걱정하던 바로 그 지점이구나.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고 평생 함께하자는 약속했을 뿐인데, 미래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상사는 계약직 파트타임으로 들어와 출산휴가를 1년이나 받는 사람은 전무후무하다고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그보다 덜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주변의 무관심이었다. 그러나 잦은 부서이동과 권고사직으로 모두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으므로 그들의 상황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H는 건강하게 출산했고, 일 년간의 휴직이 끝나고 회사에 복귀했다. 예상대로 재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년 계약 중 1년을 근무하고 1년을 육아휴직으로 보낸 이후, H는 다시 완전한 전업주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