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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1056136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1-10-28
책 소개
목차
1부 내사
2부 독백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 동네에 처음 들어왔을 때 깊은 숲속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말하면 자연이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거친 정글의 모습이었지요. 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 살지만 각자 영역을 지키면서 높이 뻗어나가야 생존할 수 있는 야생의 모습 말입니다.
닿을 듯 닿지 않으며 서로 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합의, 스스로를 지키는 것 외에 타인의 영역에는 무관심해야 살아남는 자연의 전략적 선택은 이곳에서도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영역을 인정하지 않고 제멋대로 넘나드는 개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가볍게는 침해, 조금 더 넘어가면 침범이나 침입, 많은 개체가 한 번에 넘어가면 국경을 넘어 전쟁이 되는 것입니다. 어디에든 법칙을 깨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자연에는 포식자도 피식자도 있는 법입니다. 생존이라는 말로 살인을 저지르는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 [301호 참고인 진술서]
전에 살던 집에선 너무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어서 불편했거든요. 불쑥 문을 두드리거나 드라이기를 빌려 달라는 둥, 그게 싫었던 저는 인사만 하는 사이가 편했어요. 어차피 이 동네에서 계속 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다른 동네의 이웃이었다면 서로 반갑게 인사했을 테지만 이 동네에서는 그런 인사를 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어요. 다들 어딘가 예민하고 화난 표정,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이었죠. 젊음이 그늘진 그 서늘함은 말로 다 설명 못 해요. 젊은이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고 노인의 얼굴에서는 여유가 보이지 않았죠.
서로의 사생활을 대강 알지만 절대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룰. 예의라고 해야 할지, 무관심이나 냉혹이라고 해야 할지. 빨리 이 동네를 벗어나 사람답게 살고 싶은 사람들 나름의 룰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그 룰에 동의하고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려고 애썼던 거 같아요. 사람답게 살기 위해 잠시 삶을 재정비하는 공간쯤으로만 여겼어요.
중년이 넘어서까지 이 동네에 살면 루저 아닌가요? 저는 루저가 되기 싫었어요. 그 모습이 비참해 보이기까지 했거든요.
― [302호 참고인 진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