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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173079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4-07-16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장 한사람
훈_
빈손일기_
여생을 아름답게_
· 일상_
· 행복주머니 손녀_
· 여행일지_
2장 문학산책
시_
수필_
3장 시선
나라 안_
대일관_
남북관계_
4장 종말론
나름 인류사_
합리적 종말론_
종교적 종말론_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을 앞 너른 들녘에서는 뙤약볕 아래에서도 농부들의 김매는 일손이 한창이고, 한 달 후에 찾아올 해방의 기쁨을 누가 알랴마는 농부들의 농부가는 들녘에 그득하다. 내가 태어난 지 한 달쯤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지는 만세삼창은 8월의 폭염보다도 더 뜨겁게 울려 퍼지고, 이제 막 고봉으로 넘쳐나는 점심 한 그릇 뚝딱 해치운 아버지는 평상마루에 가부좌 틀고 앉아 3단으로 접혀 있는 쌈지를 풀고 찢어진 노트장에 봉초를 터질 듯이 싸서 침을 발라가며 단단히 말아 붙인다.
담배 한 모금 길게 빨아 ‘후-’연기 다슬기를 만들어 내뿜으니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앗따, 이놈의 날씨 되게도 찌네, 이봐! 물---” 길게 빼는 소리에 냉큼 가져온 물 한 사발 벌컥벌컥 들이켜고 논으로 향한다. 김매기도 해야 하고 태풍철이 다가오니 물꼬도 단단히 봐 두어야 한다.
?
부모님이 그 마을로 들어가게 된 것은 일제의 횡포 탓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꽃다운 열여섯이던 어머니는 정신대 등 일제의 공출이 무서워 열여섯이나 많은 이웃 동네 노총각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고, 징용, 징집이 무서운 아버지는 결혼을 하면서 숟가락 둘, 젓가락 두 모, 밥그릇 두 개만을 가지고 지리산 자락 고향마을을 떠나 홀로된 어머니가 살고 있던 외가 근처인 멀리 객지인 이 마을로 들어섰기에 …
아파트 준공이 나면서 그동안 여기저기 널려 있던 채무를 담보대출로 변경하고서도 1억에 가까운 사채가 남고 말았다. 재수에 들어간 큰딸과 고2가 된 둘째 딸의 대학진학이 눈앞에 다가와 있어 힘든 세월이 예고되었으나 10년만 버티기로 하였기에 생활비 등 모든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 이제 내가 할 일이 하나가 더 늘어 돌아오는 가계수표를 돌려막는데 온 신경을 쏟아야 했다.
?
막막하기만 하였다. 그토록 고대하고 갈망하던 아파트에 이사하자마자 그러지 않아도 사채이자의 중압감 때문에 아파트 등기가 나오면 은행융자를 얻어 이자의 중압감에서 벗어나려던 차에 갑자기 내가 감당하기엔 벅찬 거액(18년의 공직생활로 받았던 퇴직금의 약 3배)이 빚으로 덤터기 씌워지고 나니 아득할 뿐이었다. 이사간지 두 달 만에 아내도 아이들도 정말 꿈에 부풀어 있는데 차마 집을 팔자고 하지도 못하고 어찌 버텨볼 생각을 하고 6개월을 견뎌낸 후 은행융자를 받아 일부사채를 정리해도 은행융자에 사채까지 남아 아파트를 처분해야 할지 망설이던 차,
그해 11월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 닥쳐 은행이자율은 사채이자율까지 올라 월 2%가 넘는 은행사상 초유의 이자를 부과시켜 애초에 월 150여만 원으로 계산했던 이자가 동서 때문에 300여만 원으로 IMF로 500여만 원으로 3배 이상 껑충 뛰어 버린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아파트를 팔기로 하여 부동산에 내놓았으나 팔리진 않고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 사채는 더욱 늘어만 가고 절망스러운 날들은 계속되고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어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하고 매물로 내놓았지만 IMF 외환위기로 아파트 가격은 폭락한데다 그나마 거래도 없어 몇 개월이 흘러갔을 때 정말 운 나쁘게도 나를 철저히 나락으로 몰고 가는 악연은 계속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