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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262247
· 쪽수 : 148쪽
목차
1부 동박새의 쉴 자리가 동백의 여백이다
절
내 안에 봉인된 삶이 있다
동백의 여백
젖은 시간이 마를 때까지
말뚝과 반란
아름다운 이치
입승과 먹줄 승
무지개와 나
저녁 강이 숲에 들어
맹꽁이가 밤새
너를 그리고 싶었네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2부 손목이 지워진 시
국수
삼팔 구례 장날
영혼을 꿰어 안주를
하소연하다
상추 도둑
수국
사투
순자강 사연
총명불여둔필
친절한 경고
인정했다
소원
차꽃 앞에 놓는다
3부 어쩌자고 저렇게 대책 없는 별들을
은단풍나무 소리
보드카를 마실 시간
인도를 가네
별 떼들이 질주하네
사막의 은유
기원정사
갠지스강가에서
다람살라에 있다
초원에서 문신을 새기다
둔황
향 사르는 고요
가섭의 누더기
12사도의 섬
미륵사지탑이 말했다
정선
4부 아랫목이 슬프도록 따뜻했다
인사말
작은 나무
흰 무명옷이나 잿빛 삼베옷
옷의 이력
안부
그녀가 준 이불
슬프도록 따뜻했다
시작의 내력
잔인한 비문
지리산이 당신에게
팔만대장경이 물들이네
고요 한 점
화사별서
굴비 익는 법성포길
지리산은 지리산의 자리에서 노래하네
내 안의 당신께
5부 파문과 파문과 고요와 고요와
산에 드는 시간
해설
그리울 때 나는 시를 읽는다
-정철성(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동박새가 찾아와 쉴 자리가
동백의 여백이다
그늘을 견딜 수 없는 숙명도 있지만
다른 나무의 그늘에 들어야
잎과 꽃의 여백을 만드는 나무가 있다
동백의 여백을 생각한다
혼자 남은 동백은
지독하도록 촘촘하게
모든 여백을 다 지워서
가지를 뻗고 잎을 매달아
그 아래 올 어린 동백의 그늘을 만든다
─「동백의 여백」 부분
곧 하늘이 모자라게 별들이 뜰 것이므로
나는 보드카와 방랑의 담요를 두르고
사막의 밤으로 누울 것이다
밤하늘에는 불시착을 한 채
이 별에서 살아온 시간이 상영될 것이다
오 새드 무비♬~
서툰 배역은 견딜 수 있을 만큼만 고통스러웠다
잔기침쟁이 장미와 사막여우처럼
길고양이 룰랄라도 충분히 길들여진 채
이 별의 적응기를 끝냈으므로 나를 떠나갔다 하여
염려하지 않기로 한다
돌아갈 시간이 머지않다는 것을 안다
엔딩 자막이 올라오면 점멸하는 활주로에
꽃을 피우지 못해 울던 사구아로 선인장의 곡성이
화면을 채울 것이다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부분
술에 취한 오줌보 달랠 길 없어 와다닥 골목으로 뛰어들었는데 뉘집 담장 아래 터진 둑처럼 일 보고 있는데 맹렬하고도 그악스럽게 개가 짖어 댄다 그래 미안하다 인정하마 개처럼 살아왔다고 잘못 살아왔다고 오줌을 누다가 짐승처럼 꺽꺽거렸다 시인 유용주의 이야기다 나 또한 인정하마
어금니 두 개 빼고 20년 다 되도록 바람 새던 자리 치과 하는 친구 덕에 임플란트 끼우고 전주한옥마을 지나 간이정거장 가는 길 자꾸 침이 흘러 손수건 사려는데 아가씨가 묻는다 “아버님이 쓰시게요?”
순간 우리 아버지 돌아가신 지가 언젠데 대답하려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라고 그러니까 저 말이 나를 가리킨 것이지 나 원 참~ 손수건 사지 않고 잰걸음으로 멀어지다가 그래 인정하자 여태 장가 한번 가지 못해 아버지 되지는 못했으나 이미 그 나이 차고 넘친다는 것, 손수건 다시 샀다 나도 인정했다
─「인정했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