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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262780
· 쪽수 : 17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오드아이 여인숙
가족 소개
1부 달빛과 고양이 소년
나비 떼
부처님께 야옹
쌍둥이
눈과 눈동자
쥐덫
고양이가 왔다
야옹, 별이 울던 밤
보름달 손전등
우물우물, 야옹야옹
얼굴이 하얀
한없이 비가
대필
2부 울음소리가 당신을 닮았다
느티나무와 음악 시간
무덤덤한 저녁
이상
가출
사소한 일기
고양이 여관
모닥불
꿈과 야옹
이태원의 낮과 밤
종이 고양이
이제 겨울이 녹기 시작했다
물풀
문득의 시간
3부 꼬리로 사색 중
꽁트 혼자 삼십 분
산문이와 삼십 분
운문이의 새벽 삼십 분
물어의 수면 삼십 분
꽃과 함께 잠시
기상 시간은 고양이가 정한다
야옹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세 마리 고양이가 돌아가며 빨간 혀로 핥을 때마다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갔다. 동그랗던 핏자국이 반달 모양으로 줄어들었을 때 나는 야옹~, 고양이들을 불러 보았다. 나의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놀란 고양이들이 서둘러 상처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침에 일어나 핏자국이 배어든 천을 풀어 보니 아물지 않은 상처가 가려웠다. 냥이들아! 어서 나와서 나머지 상처도 핥아 주렴. 조용히 불러 보았지만 고양이들은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나는 상처가 생길 때마다 야옹 야옹, 고양이를 부르는 버릇이 생겼다.
-「나비 떼」 부분
날이 밝고 엄마가 밥을 지으러 부엌으로 나간 뒤, 아이는 슬며시 일어나 아기 고양이를 찾아 담장 쪽으로 가 보았습니다. 붉어진 눈을 비비면서 야옹, 야옹, 작은 목소리로 고양이를 불러 보았습니다. 되돌아오는 소리는 없었습니다. 아이는 초조해져서 돌 사이에 조심스럽게 손을 넣었습니다. 고양이의 털이 만져졌습니다. 그러나 따뜻하지 않았습니다.
바싹 마른 몸을 밖으로 꺼냈을 때 감지 못한 두 눈에는 별 조각이 하나씩 박혀 있는 게 보였습니다. 빛이 거의 꺼진 별에 아이는 주머니에서 꺼낸 눈물을 한 방울씩 넣어 주었습니다.
-「야옹, 별이 울던 밤」 부분
나는 벽에 기대 이불을 덮고 잠시 잠이 든 척하려다 깜빡 잠이 들고 말았소. 그런데 잠결에 방 안에서 뭔가 다른 생명이 느껴지는 게 아니겠소. 살짝 눈을 떠 보니 흰 배를 갖고 있는 녀석이 구석에 쌓아 둔 이불 더미 위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있소. 딱 두 번 만난 고양이와의 동숙. 생명과 생명이 경계를 풀고 한곳에 있다는 사실에 나는 무척이나 설렜다오.
새벽에 다시 깨어났을 때 고양이는 나가고 없었지만, 나는 이 여관의 잠을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이오. 여관 이름은 천일장이오. 자고 일어나면 천 일이 흐르고, 자고 일어나 보면 고양이와 사람이 뒤바뀌기도 할 것 같은 참 이상한 곳이라오.
-「고양이 여관」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