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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91191383614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5-09-26
책 소개
이주배경 인구 265만 명, 한국은 다인종·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 이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한국어를 제2언로 배워야 한다. 이때 한국어는 단순히 외국어가 아니라 모어 추가되는 언어다. 2024년 6월 기준 1,770만 명. 영어권에서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로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의 숫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세종학당은 해외에 한국어를 보급한다. 2024년 현재 88개국 256개소가 운영 중이다. 연간 학습자가 20만 명, 누적 학습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바야흐로 ‘한국어 전성시대’다.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어교원이다. 국내에서만 7,000여 명이 활동한다. 어학당을 비롯해 초중등학교, 가족센터, 사회통합프로그램,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가르치니 사용자는 대학과 정부다. 하지만 현실이 열악하다. 하나같이 1년 미만 계약, 주 15시간 미만 수업이다. 사용자는 수업 시간만 따져 초단시간노동자라고 주장한다. 4대 보험도 퇴직금도 없이 두세 곳을 오가며 수업하지만 평균 연봉이 1,357만 원이다. 다들 불이익이 두려워 노동조합은 엄두도 못 낸다. 대학노조는 좋지만, 한계가 있다. 이 책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수업하는 노동자임에도 프리랜서로 ‘잘못 분류된’ 한국어교원들이 자신의 지위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우는 이야기다.
현장의 언어로 쓴 한국어 교육 노동자의 현실과 바람
이 책을 쓴 이창용은 현직 한국어교원이자 직장갑질119 온라인노동조합 한국어교원지부 지부장이다. 책에는 1999년부터 이어져 온 한국어교원으로서의 경험, 서울대 한국어교원 노동조합을 만들고 뒤이어 온라인 노동조합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두고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는 “어쭙잖은 지식이나 경험으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그렇다고 해서 현장에서의 고민과 경험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여기에 노동에 대한 치열한 고민, 인간에 대한 사랑, 뛰어난 글솜씨가 더해지니 경이로운 책이 탄생했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한국어 교육 노동자의 현실과 바람을 제도적 구조를 바탕으로 4부에 걸쳐 살펴본다. 1부는 한국어 교육 현장 이야기다. 대학과 지역은 한국어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비자를 판다. 초중등학교에서는 이주배경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한참 부족해 갈 길이 멀다. 성인 이주민 또한 한국어를 충분히 배우지 못하고 있다.
2부는 교육 노동자 이야기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가르치지만, 프리랜서로 잘못 분류됐다. 수업은 여러 업무를 수반하지만, 수업 시간만 따져 초단시간노동자라고 우긴다. 기간제가 많고 무기계약직은 드물다.
3부는 서울대 한국어교원의 분투기다. 대학은 한국어교원을 직원으로 분류했다. 가르치고 연구하지만 교원 지위를 부정당했다. 교섭 단위를 분리해 한국어교원의 지위와 근로 조건을 따로 만들고자 했다.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노동조합을 통해 공화와 민주를 꿈꾼다. 일터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해 간다.
4부는 한국어교원 노동조합 건설기다. 일터와 처우가 제각각이지만, 모두가 한국어교원이다. 연구 보고서를 쓰고 국회 토론회를 하면서 직장을 넘어 더 넓게 만나고자 했다. 내 월급이 아니라 모두의 월급이 오르는 방법을 고민했다. 온라인에서 직종으로 뭉쳐 한국어교원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아마 이 책은 한국어 교육과 한국어교원에 관한 최초의 단행본일 것이다.
교사의 질이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한국어를 가장 많이 배우는 이주배경 인원은 대학 유학생들이다.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 대학, 지역,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이 동맹을 맺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다. 대학은 등록금을 받아 생존한다. 지역은 인력과 주민이 늘어 소멸을 면한다. 유학생은 돈을 벌면서 한국어 실력(?), 한국 생활 경험, 대학 졸업장을 얻는다. 그러나 거기에 한국어 수업과 한국어교원의 자리는 없다.
수업 시간이 줄고 숙제가 사라지며 시험이 쉬워진다. 출결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낮은 출석률은 모두 강사 탓이다. “대학의 한국어 교육기관은 수입대체기관이라는 명목으로 작게는 기관 수입의 15%에서 많게는 40%를 통으로 대학에 바쳐야 한다(순수입이 아니다). 돈을 많이 벌어도 한국어 교육기관이 항상 쪼들리고 인건비를 줄이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한국어교원은 하나같이 1년 미만 계약, 주 15시간 미만 수업이다. 4대 보험도 퇴직금도 없이 두세 곳을 오가며 수업하지만 평균 연봉이 1,357만 원이다.
“교사의 질이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다. 멀쩡히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도 ‘교사’가 아니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수업하는 노동자인데도 ‘프리랜서’로 분류되는 현실에서 ‘질 좋은 한국어 교육’은 거짓이다. “교실은 무너져 내리고 노동권은 보장되지 않으며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나는 희망한다. 상호문화와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와 일터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방법은 한국어교원 노동조합이다. 함께 희망의 길을 만들고 싶다.” 이것이 저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그날의 질문에 오늘에야
1부 더 가르치고 더 배우되 서로 존중해야
1. 무너진 교실, 사라진 한국어교원
2. 교실 안, 제도 밖에서
3. 추가어로서의 한국어
2부 세 개의 경계, 하나의 투쟁
4. 잘못 분류된 노동자
5. 15시간이라는 마술, 지워지는 노동
6. 경계와 간극
3부 일터 민주주의를 향해
7. 너의 이름은
8. 바꿔야 할 것을 바꾸는 용기
9. 노동조합에서 공화로, 민주로
4부 직종별 온라인 노동조합으로 뭉치다
10. 선생님, 우리 동지 합시다
11. 어떻게 하면 임금이 오를까
12. 한국어교원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에필로그 고독이냐 연대냐
저자소개
책속에서
“선생님,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2021년 10월에 출간한 《한국어 수업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해 5월 18일, 연세대 한국어학당 선생님들이 하루 파업에 나섰다. 한국어 교육계 최초였다. 그날 집회에서 사회를 맡은 K 선생님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깊은 절실함과 큰 용기 때문이었으리라. K 선생님을 격려하고 싶었고, 연세대 선생님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그래서,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적었다. 이번 책은 그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합당한 지위를 마련하고 안정된 고용과 적정한 처우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어교원이 직종별 노동조합에 모여 싸우고 있음을 알린다. 루쉰의 문장을 기억한다. “사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
지역에서 이들을 더욱 반긴다. 내국인 청년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 유학생이 메우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구 8만 명의 속초시가 연간 관광객 2,000만 명을 소화한다. 유학생은 ‘인력’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다. 일해서 번 돈으로 지역에서 먹고 자고 입으니, 지역 상권에 훈기가 돈다. 쇠락해 가는 거리에 젊은이가 다니고 시장, 식당, 공장이 일손을 얻는다. 신입생이 줄어 존폐를 걱정하던 대학은 물론 인근 상권이 살아난다.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 인구 유출로 걱정만 많던 지방 정부는 유학생에게서 미래를 발견한다. 우리 지역 대학에 더 많이 오기를, 졸업 뒤에도 취직해 정주하기를, ‘주민’이 돼 아기를 낳아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유학생도 ‘학생’이다. 공부는 언제 하지?
한국에서 살려면 한국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제2언어 학습이 곧 제1언어 상실은 아니다. 한국어 교육을 늘린다고 해서 그것이 곧 ‘한국어만 써라’가 돼서는 곤란하다. 제2언어는 제1언어를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 왔으니 영어를 배워야지. 한국에 왔으니 한국어를 해야지’라고들 한다. 맞는 말 같지만, 태도를 살펴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재미교포 사회에서 한국어 반, 영어 반으로 살아도 된다. 상황에 맞춰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말할 수 있다. 영어는 내 한국어에 더해지는 언어다. 개인의 삶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늘어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주민이 한국에서 다소 어눌한 한국어로 더듬더듬 의사소통해도 괜찮다. 이주민의 언어 목록에 한국어가 더해진다. ‘추가어’로서의 한국어(Korean as an Additional Language, KAL)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