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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91602371
· 쪽수 : 520쪽
· 출판일 : 2023-02-28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지만 문제는 알아서 해결되는 법이 없었다. 게다가 누군가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여자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버리니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어쩌면 마사가 다니는 회사의 오너라는 여자는 아직도 남편과 직원을 철석같이 신뢰하고 있는지 몰랐다. 셀레나 그녀가 그래왔듯이. 그녀가 생계를 꾸리고 가족을 부양하느라 여념이 없는 동안 남편이 몰래 젊고 예쁘장한 여자와 바람을 피워댈지 누가 알았겠는가.
“어떻게 하면 당신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요?” 셀레나가 눈가를 훔치며 물었다.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그냥…… 급사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교통사고, 심장마비, 노상강도. 그렇게만 된다면 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 직장에 다닐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술 고마웠어요.” 셀레나가 말했다. “하소연 들어준 것도 고마웠고요.”
“오히려 내가 고맙죠.” 마사가 말했다. “덕분에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이젠 내가 뭘 해야 할지 알 것 같아요.”
“이래서 고민이 있으면 서로 나눠야 한다니까요.”
“그래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그게 무슨 뜻이지? 하지만 셀레나는 알고 싶지 않았다. 옆자리 여자와 나눈 대화는 셀레나를 불안하게 했다. 그녀의 목소리 톤, 그리고 보드카까지도. 그녀는 불편한 대화가 한없이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내가 왜 처음 보는 여자에게 내 사연을 속속들이 털어놓았을까? 지극히 사적인 내용인데.
“고마워.” 그가 아내에게 속삭였다. “인내하고 지켜봐 줘서 고마워. 앞으로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맹세코.”
그녀는 그 말을 믿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싶었고. 그녀는 남편을 열렬히 사랑했다. 한없이 깊고, 열광적인 사랑. 그를 증오할 때도, 그를 죽이고 싶을 때도, 그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을 욕할 때조차도. 그들의 사랑은 원초적이었다. 그는 그녀의 것이었고, 그녀는 그의 것이었다. 격렬하고 맹목적인 헌신.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믿어왔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그를 믿었던 만큼, 사랑의 견고함을 믿었던 만큼 실망도 컸다.
“당신이 그녀 몸에 올라탄 걸 봤어, 그레이엄. 애들 놀이방에서.” 굳이 돌려 말할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