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1803051
· 쪽수 : 660쪽
· 출판일 : 2022-05-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006
1장 미카① … 013
2장 노리코① … 093
3장 노리코② … 151
4장 미카의 추억 … 187
5장 여름의 외침 … 305
6장 부서지는 호박 … 393
7장 파편의 행방 …431
8장 미래를 살아가는 아이들 … 499
마지막장 미카② … 555
에필로그 … 642
리뷰
책속에서
지금도 희미하게 떠오른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광장’.
광장 구석에 있던 함석지붕 창고.
몇 년이고 타지 않은 듯한 녹이 슨 자전거 한 대가 옆으로 쓰러진 채 잡초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지저귀는 새들. 빠르게 흘러가는 강의 수면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와 잠자리. 언덕을 넘어 모두가 함께 들어갔던 목욕탕. 식당에 놓인 빙수 기계. 빛이 아름답게 쏟아져 들어오는 나무로 지어진 ‘배움터’. 제대로 길이 나 있지 않은 숲속 오솔길 끝에 있는 파란 지붕의 ‘공장’. 선생님들과의 ‘문답’. 화이트보드에 경쟁적으로 단어를 쓰는 게임. 강가에서 한 걸음 들어간 곳에 보이던 짙은 녹색의 물. 광장에 피어오르는 불꽃의 연기. 숲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그 ‘샘’.
(중략)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 광장이었다. 확인해보니 정말로 ‘그녀’는 광장이 있던 장소에 묻혀 있었다.
의뢰인뿐만이 아니다. 나 또한 생각한다.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발견된 시체는 미카인 것이 아닐까.
그 여름, 나도 그곳에 있었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고 큰 소리로 울다가 물감을 흘려보낸 것이 갑자기 후회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받은 소중한 보물. 절대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보관해두었는데 흘려보내고 말았다. 샘에 흘려보내지 않으면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둘을 만날 수 없으니까.
이렇게 큰 목소리로 울면 샘이 아니라 아빠와 엄마가 직접 듣게 될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들으면, 알게 되면 마음 아파할까…….
손이 물과 물감으로 이미 질척거렸다. 씻고 싶었지만 이미 너무 차갑고 추워서 다시 한번 샘에 손을 넣는 것이 그야말로 상상되지 않는다. 손이 자신의 손임에도 딱딱해서, 누르면 쑥 들어가는 비닐 같다. 정신을 차려 보니 점퍼에도, 잠옷에도 물감이 잔뜩 묻어 있었다.
샘 주변의 풀에도 물감이 많이 튀어 있었다. 어떤 색의 튜브건 모두 움푹 들어간 채였다.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물감을 이런 식으로 써버린 것을 알면 아빠와 엄마가 마음 아파할지도 모른다. 화를 낼지도 모른다.
싫어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갑자기 엄청나게 졸렸다. 괴롭고 슬퍼서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 있는데, 이 졸음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엄마의 이부자리에서 잠드는 꿈을 꾸는 것처럼 달콤하고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