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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73321177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5-03-21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 자리에서 단언하노라. 일찍이 유의미한 여름을 보낸 적이 없노라고. (…)
그러나 하숙 생활 삼 년째 되는 여름, 나는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교토의 여름, 나의 다다미 넉 장 반은 다클라마칸 사막처럼 염열지옥이 된다. 목숨마저 위태로운 혹독한 환경 아래 생활 리듬은 붕괴의 일로를 걷고 치밀한 계획은 탁상공론이 되어 더위가 육체의 쇠약과 학문의 퇴락에 박차를 가한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적 성장을 이룩하는 것은 부처님이라도 불가능하다. 아아, 꿈은 깨져도 다다미 넉 장 반은 남았도다.
“이 장면 좀 봐주시겠어요? 좀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요.”
영화에 관한 의논인가 보다. 나는 안도하며 소파로 다가가 아카시 군 옆에 앉았다. 그리고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봤다. (…)
연립의 공용 베란다에 호리호리한 인물이 보였다.
“오즈 아니야?”라 말하고 나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앞쪽 마당에서 신센구미와 난투를 벌이는 이는 누군가.
“오즈가 둘이잖아.”
“자, 제군. 언제로 가지?”
히구치 세이타로가 말했다.
아카시 군이 맨 먼저 손을 들었다.
“미래를 보러 가죠. 가령 십 년 뒤라든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래를 누구보다도 먼저 목격하는 것이야말로 타임머신의 묘미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십 년 뒤 세계를 보러 갔더니 바람직한 미래가 기다린다는 보장은 없다. (…)
“미래는 안 돼, 아카시.”
“그러네요.”
“결말이 보이는 인생은 시시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