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859157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2-03-14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_사랑에 나는 빚진 자입니다・004
1부
푸르게, 불행은 날개를 단다
불편한 여자・012
누구의 잎으로 산다는 건 한 번도 내가 꽃피지 않는 것・018
빵은 시보다 접시를 깊게 포옹하고 있다・021
버티고Vertigo・024
지울까, 지워질까다・028
쪼가・031
2013년 다음에 2015년이었으면 좋겠다・034
짐작은 가끔 맞지만 자주 틀린다・ 042
너 정말 괜찮으냐고 물었다・044
그때는 정말 뿌리를 부르게 된다・047
배꽃과 총장・054
제 청춘은 왜 이리 희미합니까?・058
그것이 꽃구경이었을까?・063
슬프네, 슬프네 하면서……・066
푸른 고통・071
혹시 사랑이라 해도 사랑을 발굴하지 않았다・074
시의 발소리・076
2부
시는 비밀을 어떻게 품고 있는가?
유년・080
밤의 경험・086
시인들의 보는 법・095
말, 소리, 빛깔・098
시와 비밀・102
학생들에게 언제나 없는 세계를 가르쳤다・105
사과・108
옥수수・112
은초垠草・115
인간은 너무 많은 기억을 죽여왔다 ・118
눈먼 자들의 회의・122
친구・126
페르소나Persona・128
향・132
그대는 흙이니라・135
조장・138
0의 얼굴・142
보랏빛 공포・144
금요일・148
3부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허기는 언제나 위험하다・152
그날, 오래도록 옻나무밭에 서 있었다・154
5분・156
괴물・158
사과가 지구다・162
에미는 네 껍질이야・165
모두 곡선이었다・168
문・170
의자・173
연탄과 시인・176
나는 없겠네・179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182
나무가 손목을 끌어다 집에 데려다줄 것이다・185
나는 엄청 빚진 자였다・188
예스와 노 사이의 무수한 점・192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194
오늘은 시를 쓰려고 애쓰지 않았다・19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누구의 잎으로 산다는 것은 마치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사는 것이다. 단 한 번도 나로 살지 않는 것이다. 얼마간 나도 누구의 잎처럼 산 적이 있다. 계절이 바뀌면 모두 내 얼굴을 바라봤다. 혹시 내가 나의 허공을 버리고 어딘가로 날아가지 않았을까 하고.
꽃들은 꽃 한 송이 피지 않는 공허한 내 등뼈를 구경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곳에 꽃이 없어졌을까. 언제부터 이곳에 이처럼 딱딱하고 굵은 슬픔 한 줄 그어져 있었을까. 그동안 산맥과 구름 사이에 너무나 많은 꽃잎을 날렸다. 어떤 슬픔인지도 모르는 그걸 멈추려고 거기다 너무나 많은 못을 박았다.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불러도 오지 않는 말 몇 마디와 야생의 가지들이 비누로 지워질 것이다. 파랗고 동그란 접시 같은 달 모양의 기억은 거울을 만들고, 사물들이 거울 속에서 나를 찾아낼 것이라고 믿는다. 끝내는 라벤더꽃을 버리고 쫓아가겠지. 없어지는 것들과 함께 공기를 휘저으며 자꾸 뒤돌아보다 자욱한 안개 들판으로 사라질 것이다. 두고 온 도시는 모두 희미한 얼룩이 되고, 나를 기다리지 않는 쪽으로 나는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