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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859331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2-09-30
책 소개
목차
intro 해피엔딩은 강박, 새드엔딩은 불안 … 9
1 관리의 죽음│안톤 체호프 … 15
2 세일즈맨의 죽음│아서 밀러 … 21
3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하인리히 뵐 … 27
4 연인│마르그리트 뒤라스 … 33
5 이방인│알베르 카뮈 … 39
6 등대로│버지니아 울프 … 45
7 페스트│알베르 카뮈 … 51
8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헤르만 헤세 … 57
9 지하로부터의 수기│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63
10 사양│다자이 오사무 … 69
11 질투│알랭 로브그리예 … 75
12 변신│프란츠 카프카 … 81
13 고도에서│스티븐 킹 … 87
14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페터 한트케 … 93
15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테 … 99
16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치누아 아체베 … 105
17 가장 나쁜 일│김보현 … 111
18 거미여인의 키스│마누엘 푸익 … 117
19 실업│자피에르 르메트르 … 123
20 날개│이상 … 129
21 장마│윤흥길 … 135
22 동백꽃│김유정 … 139
23 내가 말하고 있잖아│정용준 … 145
24 와일드│장 마크 발레 … 151
25 어느 개의 죽음│장 그르니에 … 157
26 내 휴식과 이완의 해│오테사 모시페그 … 163
27 일곱 해의 마지막│김연수 … 169
28 도둑맞은 가난│박완서 … 175
29 광인일기│니콜라이 고골 … 181
30 법 앞에서│프란츠 카프카 … 187
31 정체성│밀란 쿤데라 … 193
32 라스트 레터│이와이 ㅤㅅㅠㄴ지 … 199
33 엄마 걱정│기형도 … 205
34 소망 없는 불행│페터 한트케 … 211
35 노마드랜드│제시카 브루더 … 217
36 프라미싱 영 우먼│에머럴드 피넬 … 223
37 나쁜 소년이 서 있다│허연 … 229
38 나를 닮지 않은 자화상│장호 … 235
39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 241
40 스토너│존 윌리엄스 … 247
41 나이 없는 시간│마르크 오제 … 253
42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김기창 … 259
43 일몰의 저편│기리오 나쓰오 … 265
44 리어 왕│윌리엄 셰익스피어 … 269
45 3월의 눈│배삼식 … 275
46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 281
47 밤에 우리 영혼은│켄트 하루프 … 287
48 또다른 빛을 향하여│마르크 샤갈 … 293
49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임레 케르테스 … 299
50 다시 말해 줄래요?│황승택 … 305
51 고독사 워크숍│박지영 … 311
52 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게일 콜드웰 317
outro 백마 탄 왕자는 믿지 않지만 백마 탄 문장은 믿는다 32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왜 이렇게 끝을 보고 싶어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제때 끝내지 못해 평생을 끌려다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야겠다. 끝내야 할 때 끝내지 못하거나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때 서둘러 끝내버리는 바람에 끝이라면 괴롭고 아쉬운 기억이 대부분이다. 유종의 미는 대체 어디에 숨어 있기에 내 앞에는 이토록 나타나지 않는 걸까. 그런데 시작은 또 잘한다. 마구 일을 벌이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끝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적당한 곳에서 끝나지 않으면 태작(駄作)이 된다. ‘끝을 모르는’ 내가 소설의 엔딩을 차곡차곡 쌓아두려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다. 소설이 인생 수업이라면 소설의 마지막 순간들을 수집한 이 노트는 타의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한 끝내기 기술이다.
몸은 아니지만, 우리 마음은 스콧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는 마음 또한 내려놓는 방식으로써만 우리는 성숙한 시민이자 의연한 어른이고 다정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다. 더 일찍 내려놓으면 더 빨리 가벼워질 수 있겠지.
말장난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엔딩은 끝이 아니다. 엔딩이 비극적이라고 느끼는 건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할 때다. 끝이라는 느낌은 언제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극렬한 상실과 절망, 요컨대 참혹한 감정과 함께 오니까. 끝난 것 같았지만 실은 끝이 아니었다고 말해주는 엔딩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별다를 것 없는 인간인 나는 그 희망이 너무나도 간절해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번 돌려봤다.
흘러가게 둔 인생이 야성적이라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라고 장려하는 문장이 아니다. 망가지기 위해 강물을 거스르며 애쓰는 것보다 슬픔이 자신을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야말로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감정을 품는 성숙한 인간으로, 고통을 아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니 흘러가게 둔 인생이란 모든 슬픔을 다 맛보겠다는 용기와 인내로 완성된 단단하고 성숙한 인생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