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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859485
· 쪽수 : 204쪽
책 소개
목차
1부 밤을 재운다
귤의 시 ◾귤 ……12
누가 밤을 꿀에 재울 생각을 한 걸까 ◾보늬밤조림 ……18
시칠리아에서 시나몬 스틱까지의 삶 ◾시나몬 ……25
거짓의 쓸모 ◾논알코올맥주 ……32
복모구구伏慕區區 ◾유가 사탕 ……39
당신의 바탕색 ◾바나나튀김 ……47
내 영혼의 케이크 상자 ◾케이크 ……55
굴을 사랑해서 벌어진 일 ◾굴 ……60
2부 이렇게 아픈 얼굴을 쉽게 가져도 되나
본 못 자국과 못 본 못 자국 ◾부엉이 촛대 ……68
신발에 맞는 발을 고르러 나간 언니는 어떻게 되었나 ◾칼라디움 ……75
통통배로 바다 건너기 ◾엽서 ……83
밤을 견디는 재료들 ◾시어서커 잠옷 ……91
이 얼굴을 보라 ◾헬렌 셰르브베크 화집 ……99
그래도 표백은 싫어요 ◾락스 ……106
이 노래는 어디에 고일까 ◾하모니카 ……112
나의 인어에게 ◾인공눈물 ……121
3부 어쨌든 무릎이 깨졌다는 건 사랑했다는 뜻이다
등뼈를 상상하는 버릇 ……130
단추의 세계 ……138
돌아볼 용기 ……145
밤 산책 ……153
옮겨짐과 옮겨냄 ……162
사랑의 단상 ……172
매단 나무 ……181
그 겨울의 끝 ……188
에필로그 ……19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영화는 가장 처참하게 부서진 날로부터 시작된다. 서로의 얼굴을 향해 술병을 집어던지고 할퀴기 위해 말하는 연인을 비춘다. 그렇다면 마지막 장면은? 전속력으로 달려가 끌어안는 연인이 있다. 달려가고도 더 달려가지 못해, 끌어안고도 더 끌어안지 못해 찬란했던 시절이 거기 있다.
그날, 밤의 차창에서 마주한 것은 내 부모의 그러한 시절이었다. 몸은 반환점을 돌아 기차에 실려왔으나 마음은 아직 그곳에 남아, 어떤 고통에도 침식당하지 않고 침식당해서도 안 되는 얼굴을 계속 쓰다듬고 있었다.
그땐 살아 있었던 아빠를.
이 악물고 운동장을 달리던 엄마를.
풍금 재시험을 보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온 무리 속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내가 저 먼 우주로부터 전속력으로 날아오고 있었을 때.
_ 「누가 밤을 꿀에 재울 생각을 한 걸까」
내 영혼의 케이크 상자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조심성 없이 흔들려 한쪽으로 쏠린 건 아닌가, 뭉개지거나 상하지는 않았나 노심초사 기다린다. 딩동, 벨이 울리고 케이크 상자를 받아안을 때 너무 가벼워서 실망할까봐 두렵다. 그래도 그것은 나의 케이크. 나의 영혼.
케이크 제작자에게 의뢰서를 쓸 수 있다면 이렇게 적을 것이다. 저는 꾸덕꾸덕 묵직한 초코 케이크가 좋아요. 한입만 먹어도 든든한. 혀끝에 닿는 순간 모든 시름이 잊히는. 제게 진실은 그런 것이에요. 그래도 이왕이면 최대한 예쁘게 부탁드려요. 티 없이 맑은 영혼 꽉꽉 채워서, 천천히 얼른 오세요.
_ 「내 영혼의 케이크 상자」
엽서 위에 엽서는 두둑이 쌓여간다. 그건 당신에게 꺼내보일 내 사랑의 선택지가 늘어간다는 뜻. 이 엽서들이 영영 서랍을 떠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어떤 마음은 보내지 않음으로써 완성되기도 하니까. 아무려나 오늘도 나는 당신을 위한 마음을 고른다. 통통배로도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물가에 선다. 밤낮없이 톱니가 돌아가고 있다.
_ 「통통배로 바다 건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