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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859546
· 쪽수 : 268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색색마다 거두는 게 사랑이라 … 9
1부│많이 깎을수록 곡물은 새하얘진다 … 21
가루약 … 23
갈치 … 25
검버섯 … 26
검은 닭 … 27
구순암 … 37
기도 … 40
기와 … 42
김밥 … 44
꿈 … 45
눈 … 47
눈보라 … 49
눈사람 … 51
능陵 … 52
능이버섯 … 57
더위사냥 … 59
도라지 … 61
도정搗精 … 62
돌 … 63
돌부처 … 66
동지 … 70
2부│무의 땀은 이토록 흰빛이구나 … 71
두부 … 73
등 … 76
뢴트겐 … 77
막걸리 … 79
메추리알 … 83
목덜미 … 85
목련 … 89
목례 … 90
목탁 … 93
목화 … 95
무 … 96
물티슈 … 99
미농지 … 100
바둑돌 … 102
백묵白墨 … 103
백설기 … 106
백합 … 107
버짐 … 108
병간病看 … 109
부활절 … 110
3부│너무 보고플 땐 도라지를 씹어 삼킨다 … 111
비구니 … 113
빛 … 117
뼈 … 122
사우나 … 124
살 … 126
삼우三虞 … 128
선글라스 … 130
설렁탕 … 131
설맹雪盲 … 133
성체聖體 … 135
소주 … 140
손목 … 141
송이 … 146
수건 … 148
수국 … 149
스티로폼 … 150
슬하 … 153
안개꽃 … 156
안압 … 158
양피지羊皮紙 … 161
4부│날 수 있음에도 이곳에 남은 천사들처럼 … 163
어깨 … 165
연근蓮根 … 167
연탄 … 170
욕조 … 171
우유 … 174
윤潤 1 … 175
윤 2 … 177
윤 3 … 178
윤 4 … 181
시─이야기 1 … 185
빵 ─이야기 2 … 190
겨울 ─이야기 3 … 195
이스트─이야기 4 … 199
반죽 ─이야기 5 … 202
메뉴 ─이야기 6 … 204
입김 … 208
입술 … 209
자개농 … 213
장독 … 214
재 … 21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리하여, 언제든 사라져버릴 사람을 우리는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_「눈사람」 전문
한낮이면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더위사냥을 뚝 반으로 부러뜨렸다. 그러곤 말없이 곁에 와서 내 작은 손안에 반쪽을 쥐여주었다. 나란히 앉아서 사각사각 베어 먹는 소리. 달콤한 빙과로 입술은 끈적거리고. 옥수수보다 이게 낫지? 할머니는 물었고 내가 대답 없이 마주보고 실쭉 웃으면 다음날은 어김없이 옥수수를 삶아주었다. 여름은 그렇게 언제든 반으로 무언가를 잘라서 사랑과 나누어 먹는 행복의 계절. 간혹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할머니 몰래 속으로 기도를 하고는 했다. 내 수명을 뚝 잘라서 당신께 주세요. 그렇게라도 좀더 지금일 수 있다면, 조금만 더 느리게 녹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 이대로의 우리일 수 있다면. _「더위사냥」 부분
부처는 신적인 존재나 초월이 아니라 비가 오면 흠뻑 젖는 우리 자체다. 나무와 풀과 지붕과 철물은 피하지 않는다. 비가 오면 강물은 고스란히 비를 맞는다. 내가 사랑했던 비구니는 생의 끝에서 병원에 가지 않고 그냥 그대로 살았다. 나는 빌었다. 스님, 제발 병원에 가요. 스님, 제발 곁에서 살아주셔요. 아무 말 없이 검지 하나를 세우고 웃는 것, 그것은 법, 그것은 진리. 살아내는 것. 풀 한 포기처럼 그저 살아내는 것. _「돌부처」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