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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2107967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22-12-19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봄과 보지 못함
1 호메로스의 눈먼 음유시인
2 눈먼 예언자의 집요함
3 한때는 앞을 못 보았으나 지금은 잘 보게 되었다
4 사악한 눈알아, 빠져라!
5 망원경, 현미경, 안경, 그리고 사색
6 보이는 어둠
7 몰리뉴 남자
8 계몽의 실천
9 브라유와 그의 발명
10 눈먼 여행자의 두드림
11 헬렌 켈러의 보드빌 공연과 사랑
12 고난을 통해 거룩해졌는가
13 눈먼 작가가 일하는 풍경
14 예술의 정신 세계와 접근성
15 낙인과 초능력 사이의 진퇴양난
16 보이지 않는 고릴라와 또 다른 부주의
17 고대와 진화의 눈멂의 밈에서 벗어나 자긍심 세우기
감사의 말
주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시각장애, 즉 눈멂은 단지 하나의 주제에 그치지 않는다. 눈멂은 하나의 관점이다. 따라서 시력을 잃어가던 그 긴 세월이 있었기에 3000년에 걸친 문학・과학・철학 등의 저작과 자서전을 통해 눈멂의 문화사를 알게 된 건 아니라고 부정한다면 솔직하지 않은 태도이다. 확실히 그 세월 덕분이었다. 반대로 우리의 시각 중심적 세계에서 눈멂에 대해 연구하면서 나는 시각장애인이든 비시각장애인이든 간에 우리의 능력과 장애를 개념화하는 방식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눈멂은 문학적 수사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삶의 경험이 가지는 특수성과 다양성을 잃어버렸다. 흔히 말해서 ‘맹인’은 남달리 순수하거나 초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이상화되거나, 아니면 서투르거나 부주의한 사람으로 측은하게 여겨진다. 아마 시각장애인 스스로가 이미지를 만들게끔 허락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인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서구 문학의 출발점에 서 있는 호메로스는 웅대한 예외라 할 수 있다.
눈먼 음유시인의 계보는 놀랄 만큼 길지만, 눈멂의 은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맹인 작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유는 독서 대중에게 끌려다니는 출판계가 시각장애 작가들에게 역경 극복의 모델을 따르는 개인적 서사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